국립무형유산원 이재정 음향감독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전경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재청 소속기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2013년 6월 설립추진단부터 지금까지 공연장 총괄자 업무와 음향감독으로 근무하는 이재정입니다. 대학에서는 음향공학과 공연예술을 전공하였지만, 전공과는 다르게 ‘음향감독으로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어떤 일일까?’라는 호기심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올해는 상명대학 무대미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여, 부족한 부분에 대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형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무형유산원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 국립무형유산원은 대한민국, 나아가 인류의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승하고자 2013년 10월 설립된 무형유산 복합기관입니다.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을 지원하고, 전승현황을 조사·연구·기록하며,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로 한국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무형문화재 차세대 전승 주역 육성, 전승자들에게는 활동의 거점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전시분야는 국가무형문화재 기능과 예능을 이해하고, 보유자들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공연분야는 전통의 멋과 흥을 전하는 다양한 공연을 연중 선보이며, 초청 공연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인류 무형유산을 소개합니다. 교육분야는 매년 올해의 무형유산도시를 선정해 지역 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이수자들을 대상으로 창작활동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무형유산 목록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 및 전승 현황을 조사하여 보유자의 기능과 예능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며, 그 생애를 구술채록하고 있습니다.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로비에 위치한 뉴미디어존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로비에 있는 뉴미디어존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는데요.

⇨ 뉴미디어존은 공연장 로비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2020년에 구성하였습니다.

뉴미디어아트 공간에는 명암비가 뛰어난 OLED 스크린을 설치하였는데, 곡률이 적용된 방식을 사용하여 유기적으로 보이고, 엑티비즘(Activism) 영상을 한층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무형유산의 생동감과 웅장함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뉴미디어아트 공간에는 곡률이 적용된 방식을 사용한 OLED 스크린을 설치하였다.

또한, 디지털 전시공간은 국가무형문화재 탈춤 종목을 대상의 실물 오브제와 투명 디스플레이를 조합하여 생동감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콘텐츠는 무형문화재 예능 분야를 중심으로 촬영물과 CG작업을 혼합하여 역동적인 영상을 제작하고 있고,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계획은 더 나은 시스템 업데이트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여 로비에서 공연장까지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할 계획입니다.

개관 초기부터 지금까지 얼쑤마루 음향시스템을 계속해서 보강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얼쑤마루에는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2개의 공연장이 있는데, 대공연장은 이머시브 사운드(사운드 스케이프)시스템으로 구성하였고, 소공연장은 일반적인 L-C-R 시스템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국립무형유산원 개관 초기에는 다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있었는데, 운영하면서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공연 시 사각과 음색편차가 많았고, 안정성도 떨어져 개선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때 경쟁을 통해 d&b audiotechnik(이하d&b)사 제품을 도입하였고,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로 사고 없이 운용하고 있습니다.

대공연장 메인콘솔 AVID VENUE S6L-32D

d&b의 장점은 아무래도 독보적인 소프트웨어인 것 같습니다. 스피커의 소리, 앰프의 기술력, 성능 안전성은 같은 수준의 모든 브랜드가 우수하다 생각하는데요, d&b의 R1 소프트웨어는 운영 그리고 유지보수 면에서 특히 뛰어난 것 같습니다. R1에서 스피커 칼리브레이션을 하면 언제든 유닛 임피던스의 변화와 유닛 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고, 케이블 손실보상 기능 등을 활용하여 보정 값을 적용, 물리적으로 오는 손실을 직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입·출력데이터에 대한 스피커의 실제 남은 헤드룸 등을 커스텀 화면에 편집하여 구성할 수 있어서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얼쑤마루 대공연장 스피커 배치

그리고 저희 공연장 모니터스피커는 d&b의 다양한 시리즈 모델을 사용하는데요, 앰프의 터치스크린을 활용하여 스피커 프리셋 로드, 시그널 라우팅까지 즉각적으로 가능하고, 무엇보다 각 스피커 모델마다 고유의 필터(CUT, CPL, HFA 등)가 있어 적절히 활용하면 믹서에서 EQing을 거의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성 소프트웨어 활용이 객관적인 운영에 크게 도움되는 것 같습니다.

대공연장 메인스피커d&b audiotechnik L, R 각각 Yi8, Vi10P, Yi-SUS와 Center AL90, E6

결과적으로 사운드 스케이프 기술도입으로 높은 해상도와 공간감을 가질 수 있었고, 기존 스테레오 믹싱에서 어려운 부분이었던 패닝의 한계, 소리의 깊이설정 등의 표현이 개선되어 사운드 디자인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대공연장 에이프런 스피커는 E6로 사용 시 무대와 객석 사이에 펜스가 상승한다.
대공연장 이머시브사운드를 위해 객석에 설치한 Yi10P

이머시브 시스템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 현실적으로 전면에 스피커와 서브우퍼를 설치해야 하는데 조명 등 다른 연출기기와 간섭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확장형(Augmented) 어레이 제품이 있어 최소 수량으로 높이를 많이 차지하지 않아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머시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적어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은 적응되어 모든 공연에 다양하게 접목하고 있습니다. 가끔 대관으로 외부 음향팀이 들어올 때 L-R 시스템을 요청하는데요. 상황에 따라 L-R 전환도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머시브 시스템이 표준화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세팅 환경, 충분한 시간 확보 등 지금과는 많이 개선되고 달라져야겠죠. 이러한 환경은 점점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브젝트 로컬리제이션 (좌측 상단부터 1, 2, 3, 4)
오브젝트 포지셔닝 뷰 1

이머시브 시스템은 요즘 음향업계에서 많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이 시스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 장점은 오브젝트 포지셔닝을 하면, 소리를 배치할 수 있으므로 기존 L-R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마스킹과 음원의 스윗 스팟이 좁은 단점을 정말 많이 개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운드 스케이프에서는 음원의 스프레드(음원의 확장 폭) 값을 쉽게 조절할 수 있고, R1에서 스프레드 값과 인풋 레벨 등을 이미지로 보여주기 때문에 손쉬운 세팅이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믹서에서 사용하는 이큐의 정도와 수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단점은 사운드 디자인의 다양한 연출표현에 대해 고심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고, 앞으로 표준이 될 시스템이기에 더 연구하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국립무형유산원만의 색다른 기획공연이나 추진하고 있는 공연이 있다면 소개 해 주세요.

⇨ 국립무형유산원은 전승자 예능 종목을 대상으로 브랜드공연을 제작하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고품격 공연수준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2021년 브랜드 공연 ‘생각하는 손’은 전통공예인 도자기와 매듭 장인의 흙과 실의 손길 그리고 현대적인 창작 춤으로 무형유산의 멋과 아름다움을 기획·연출하였는데요. 특히, 국외에서 예술성을 높게 평가하여 올해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베를린에 초청되었고, 한국문화의 확산과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연출진들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연장 리모델링부터 뉴미디어존 구성 그리고 해외 투어 공연까지 정말 바쁘실 것 같은데요. 현재 국립무형유산원 인력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 지 궁금합니다.

⇨ 국립무형유산원 인력구성은 공연장 총괄자인 저를 포함한 음향감독 2명, 조명감독 2명, 무대감독 1명, 기계감독 1명으로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에서 매년 상설·기획공연과 대관 공연을 120회 정도 하고 있습니다. 공연운영 인력 구성이 아직은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지만, 지속적으로 상부기관과 정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쑤마루 대공연장 무대에서 바라본 객석
얼쑤마루 소공연장

국립무형유산원 음향감독으로서 자부심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 국가무형문화재 대상 공연콘텐츠를 만들고 기록하는데 있어 음향감독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과 이러한 기록들이 국가의 유산이 된다는 사실이 자부심이며,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문화재청 유일한 전문공연장으로써 도약하는데 음향감독 업무 외에 공연장 운영에 대한 행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어서 자긍심을 느낍니다.

국립무형유산원 이재정감독

앞으로 음향 관련 일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 음향 분야는 매년 다양한 기술이 도입되고, 시대에 따라 공연 콘텐츠도 정말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이 필요하지만, 제가 새로운 기술들을 접하게 되면서 느끼는 점은 테크닉보다 음악에 대한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하는 음향은 예술적인 영역이고, 음향감독은 음악적 표현에 있어 관객들에게 왜곡 없이 전달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또 다른 예술가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근본적인 음악의 표현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감독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같이 근무하는 감독님들이 저에게 공연장을 마징가제트의 완성체로 꾸며 달라고 하는데요…^^ 공연장 준공 이후 지속적으로 최신 공연장 시스템을 도입하여 안전하고 편리한 운영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공부와 노력으로 스태프들에게는 무대를 운영하기 편리한 공간, 관객들에게는 공연 관람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고, 향후 지역에서 공연 시스템에 대해 궁금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분들이 오시면 누구든 사용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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