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 3박 4일 견문기

코로나 이후 다시 시작된 무대음향협회 우수 회원 해외 연수 프로그램, 이번 해외 연수는 그동안 우수회원 상을 받고도 코로나로 인해 프로그램이 연기되면서 참석하지 못했던 회원들을 비롯, 2022년 무대예술전문인협회, 무대음향협회 우수회원과 우수협력사 회원 등 총 42명의 인원이 참가하여 그야말로 역대급 규모로 꾸려졌다. 3박4일간 이루어진 이번 해외연수에 처음으로 참가한 김해문화의전당 김지연 감독의 친절한 가이드를 따라 잠시나마 함께 떠나보자.

인천, 김해 두 곳에서 출발한 연수팀이 함께 집결한 나리타 공항. 하네다(도쿄) 국제공항과 더불어 도쿄로 입성하는 관문 공항이다.

새벽 3시, 내가 짐은 다 쌌던가? 불과 몇 시간 전 일본 연수를 위한 짐을 꾸역꾸역 캐리어에 담아 넣고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나 다시 이리저리 분주하게 3박 4일 동안의 설렘을 마저 담아 넣고 김해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전날까지 맑았던 밤하늘은 긴장되고 떨리는 내 마음에 장난이라도 치듯이 비를 흩뿌려 대고는 3년 만에 이루어진 음향협회 해외 연수의 시작을 알렸다.

3년 만이다. 기나긴 코로나19시대에 정말 힘들게 성사된 그야말로 드디어 떠나는 협회의 해외 연수인 것이다. 3년 동안 묵혀왔던 대기 순번과 여권을 꺼내들고 모인 인원은 총 42명. 전국 지부에서 김영욱 이사장님을 포함한 29명의 음향감독님들과 13명의 협력사분들이 인천 국제공항과 김해 국제공항에서 각각 두 그룹으로 나뉘어 모였다. 김해공항 출발 팀은 5시 50분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집결했다. 아주 이른 시간부터 집에서 나와 비몽사몽한 상태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렇게 우리들 마음처럼 부푼 구름을 뚫고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검역 수속 등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인천공항 출발 팀과 11시에 45인승 대형버스에서 만났다. 반가운 것도 잠시 첫 끼니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공항 인근 15분 거리에 있는 이온몰(AEON Mall)이라는 대형 쇼핑센터에서 점심 식사와 잠깐의 여유시간을 보내며 우리 연수단은 앞서 서로 못다 한 인사들을 나누었다.

도쿄 돔 경기장 전경

나리타에서 벗어나 도쿄에 도착해 우리가 방문한 곳은 도쿄돔. 1980년대에 지어진 일본 최초의 돔 경기장으로 현재 일본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메트로돔을 모델로 하여 지었기 때문에 지붕을 특수유리 캔버스로 덮은 것이 특징이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게 기압 변화를 통해 지붕을 둥글게 또는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연수단이 도쿄돔을 방문 하기 앞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인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고 문 닫긴 도쿄돔이었지만 관중들의 열기가 계속 남아 도쿄돔의 생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도쿄돔에서 이동해 방문한 곳은 1986년 산토리 위스키 생산 6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한 산토리홀이다.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로 소리의 보석상자라는 별칭이 있기도 하다. 도쿄가 자랑하는 소리의 울림이 정말 궁금했지만 안타깝게도 외관 전경 구경 정도로 방문을 마무리 하고 공연장은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입구까지 갔다가 발걸음을 돌리려하니 몇 배로 아쉬워서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 보리라 다짐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도쿄도청사 방문을 위해 신주쿠구로 향하였다.

도쿄도 청사 전경

도쿄도청사는 제1청사와 제2청사 그리고 도의회 건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45층 전망대는 무료로 개방되어있어 우리 연수단도 정부청사 건물이니 만큼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전망대에 오를 수 있었다. 비 내리는 도쿄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하루의 피로도 잊어버리게 되었다.

연수 단원들이 도쿄도 청사 전망대를 향하고 있다.
전망대 입구. 관광 명소 답게 한글 안내판이 눈에 띈다.
도쿄도청사 45층 전망대 전경
오다이바 해변공원의 자유의 여신상. 뉴욕에 있는 오리지널 여신상과 비교해약 1/7 크기로 일본과 프랑스의 우호 관계를 위해 1998년 설치되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이 좋은 봄날에 맑은 날은 하루도 볼 수 없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두 번째 날 오다이바에서의 아침은 맑고 푸른 하늘을 만나볼 수 있었다. 비소식이 있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맑은 하늘을 만끽하길 바라며 가이드님은 서둘러 오다이바 해변 공원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흐린 뒤 맑은 날이라 그런지 푸른 하늘에 멋들어지는 구름이 해변 공원의 운치를 더했다. 해변 공원을 잠시 걸으며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벚나무 아래서 사진도 찍고 잠깐이지만 일본의 봄날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긴 아쉬워 바로 옆에 있는 후지TV 20층 전망대 ‘하치타마’에 올라 오다이바의 봄의 구경했다. 후지TV 건물은 커다란 구를 건물위에 얹어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의 작품이라고 가이드님이 설명해 주셨다. 전날 보았던 도쿄도청사 또한 그의 작품이라고 했다.

후지 TV 전경. 가운데 보이는 구형태의 건물이 ‘하치타마’라고 불리는 전망대이다.

점심식사 후 이번 해외 연수의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아리아케 사계극장의 뮤지컬 라이온킹을 관람했다. 전용 극장이라 하여 기대가 상당하였는데 역시나 상상 이상의 감동이었다! 금요일 오후 1시 30분 공연이었음에도 전석 매진에 가까운 객석 점유율을 자랑했고 그 인기를 증명하듯 환상적인 무대예술로 눈이 두 개인 것이 아쉬운 장관들이 펼쳐졌다. 특히나 무대하부전환이 인상적이었다. 극장 무대장비 설비 인프라도 인상적이었는데 배선정리를 위한 마감과 철제 트레이같은 것들이 일본 특유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차분한 관람문화와 더불어 객석을 더욱 정갈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듯 했다.

뮤지컬 라이언 킹이 상설로 열리는 사계 극장
메인 콘솔로 Yamaha의 Rivage PM5 2대가 사용되고 있다.

음향 시스템으로는 스피커 모두 Meyer사의 제품으로 디자인되었고 메인 콘솔은 Yamaha사의 PM5를 사용했다. 멀티 트랙 플레이백 반주에 프로시니엄 앞쪽 상·하수에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두 명의 연주자가 라이브로 진행하는 퍼커션 효과음들 까지 더해 다소 밋밋할 수 있었던 사운드에 입체감을 주었고 리버브는 드라마 효과를 위한 장면에서만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땐 약간은 드라이하게 연출하여 딕션이 또렷하게 들리는 등의 특색이 있었다. 백스테이지 투어도 진행되었으면 좋았겠으나 사정상 약속되지 않아 아쉬운 대로 우리는 인터미션을 활용해 극장 내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면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되니 자신의 좌석에 앉아서 찍어달라는 하우스 어셔의 안내에 눈으로만 담아온 분위기들이 많지만 평일 낮 공연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관객이 많았는데 거의 세 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 타임에도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6번의 커튼콜을 끝으로 또 다시 비가 내리는 아리아케를 떠나 요코하마로 이동했다.

베이브릿지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전망이 로맨틱한 공원이다. 빨간 구두를 신은 여자 아이의 동상과 인도수탑, 미국 샌디에고시가 기증한 물의 수호신 등, 해외와의 풍부한 교류를 느끼게 하는 기념비도 많다. 내용 출처 : 요코하마 공식 관광정보 가이드https://www.yokohamajapan.com/

다음날 일정은 요코하마 야마시타 공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그날은 바람까지 불어 관동대지진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공원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졌다. 근처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신주쿠에서 자유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공식적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 가이드 포함 43명이라는 대인원이 움직이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었는데 도쿄 교통정체로 인해 스케줄이 계속 늦어지면서 계획했던 장소를 못가는 일도 생겼지만 이튿날부터 우리를 태워주시던 버스기사님은 그저 고맙다는 말만 계속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회사에서 정리 해고된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된 기사님은 해고 이후 극단적 생각까지도 했을 만큼 힘들었다고 회상하시며 늘 웃는 얼굴로 고맙다 하셨다. 감사한 것이다. 비록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기간이었지만 우리 협회 또한 어렵게 성사된 연수이니만큼 심지어 본인은 첫 해외 연수였으니 그저 감사하기만 한 3박 4일 이었다. 함께 온 41명의 연수 동지 분들 너무나 반가웠고 감사하다. 특히나 먼 제주에서 건너오셔서 많이 힘드셨을 텐데 정년 후엔 회사가 많이 그리울 거라며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의 말씀으로 연수를 마무리해주셨던 권성길 고문님 함께 자리를 빛내주셔 감사합니다.


김지연
김해문화의전당 음향감독
SSM 편집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