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통을 이어

이어달리기는 여러 사람이 순서대로 달리는 경주 게임이다. 초등학교 시절 이어달리기를 할 때,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항상 마지막 순서였다. 시골서 제법 뜀뛰기를 했다. 입상은 못했지만 군 대회까지 나가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나는 앞사람들이 끝까지 달리고 나서야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면서 마무리를 지었다. 이어달리기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그 속에는 우정과 협동 정신이 담겨 있다. 파란색, 빨간색 바통을 쥐고 달릴 때면 전력 질주를 해야만 한다. 크게 한 바퀴를 돌고 지쳐 숨이 찰 때 앞사람에게 바통을 떨어뜨리지 않고 전달해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을 때 한 사람도 바통을 이어 떨어뜨리지 않았을 때 비로소 좋은 성적으로 우승할 수 있는 것이다. 이어달리기의 교훈은 우리 인생에도 잘 녹아 있다.

 2024년 새해에는 우리 SSM이 아홉 번째로 발행되었다. SSM은 사단법인 무대음향협회의 다양한 소식과 대한민국 공공 공연장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술 방식을 소개하는 매거진이다. SSM의 발행은 협회의 창립 목적인 ‘음향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극장 음향 정보 교류를 통한 기술 향상’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의 과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SSM은 협회가 존립하고 있는 한 영원히 지속되어야만 하는 이어달리기 경주 게임과 같은 책무를 안고 있다. 협회의 집행부는 반드시 이러한 과업을 이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SSM은 협회가 창립되고 ‘소리회지’로 시작하여 대경지부, 충청지부 소식지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2022년 1월부터 재창간되었다. 몇 번에 걸쳐 중단되어 기록하지 못한 시절도 있지만, 앞으로는 절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회원 모두가 힘쓰기를 간절히 바란다. SSM 1기 제작국장으로서 9호를 발간하는 즈음 트랙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이제 나는 바통을 앞 주자에게 이어야 할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바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제2기 제작국장에게로 전달하여 우리의 책무가 잘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사단법인 무대음향협회의 중대한 책무를 안고 달리는 이어달리기 경주 게임에 부족한 나를 믿고 첫 번째 주자로 세워준 김영욱 이사장과 회원들께 감사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이제 평범한 협회원으로서 이러한 책무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도록 트랙 밖에서 응원과 힘을 보태고자 한다. 


성 재 훈 SSM 제작국장

대전예술의전당 음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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