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부산국악원 기획공연
<조선통신사> 경계를 넘어 - 두 개의 길을 잇다
주최/주관 국립부산국악원
기간 2026년 4월 24일(금) 19:30
2026년 4월 25일(토)·26일(일) 15:00
장소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연출 천재현
작곡 김성국, 신현필, 이재준
지휘 이태영
출연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
음향디자인 국립부산국악원 음향감독 주호일
L-ISA 시스템 (주)사운드코리아이엔지, (주)서울음향
입장료 R석 20,000원 / A석 5,000원 (취학아동 이상)

프롤로그
400년의 여정, 이머시브 사운드로 되살아나다
지난 4월 마지막 주말,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큐멘터리 콘서트 <조선통신사-경계를 넘어 두 개의 길을 잇다>가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무대에 올랐다.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총 3회에 걸쳐 펼쳐진 이번 공연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부산 개최를 기념하여 기획되었다.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정신을 바탕으로 평화를 일궈낸 과거 조선통신사의 여정과 오늘날 재일교포 예술가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소통의 가치를 심도 있게 재조명했다.
특히 이번 무대는 L-Acoustics의 L-ISA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이 전격 도입되어 공연 전부터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180도 ‘하이퍼리얼(Hyper-real)’ 사운드로 구현된 이번 공연은 60인조 국악관현악단의 세밀하고도 역동적인 연주를 다큐멘터리 영상과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동화시켰으며, 이를 통해 국악 공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주호일 음향감독이 직접 디자인하고 오퍼레이팅한 이번 공연은, 감독의 손끝에서 완성된 정교한 믹스가 L-ISA 시스템을 통해 극대화되며 700여 전 객석을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가득 채우며 막을 내렸다.
기술이 서사를 뒷받침하고 사운드가 공간의 경계를 허문 이번 공연은, 첨단 솔루션이 음향적으로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악관현악 편성의 사운드를 얼마나 혁신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증명한 유의미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이머시브사운드시스템설계, 준비, 설치
단, 3회의 공연을 위한 길고 긴 여정
단 3회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사실 이 공연은 6개월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는 기존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의 기본적인 LCR(Left-Center-Right) 사운드 시스템을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국악관현악의 질감을 입체적으로 살리고 다큐멘터리 영상과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공연 6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시스템 설계와 기술적 검토가 진행된 것이다.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물리적 한계는 리깅(Rigging) 인프라였다. 이번 공연을 위해 투입된 스피커는 메인스피커로 사용 될 30여통의 L-Acoustics Kara II와 KS28 서브우퍼 4통에 달했다. 그러나 연악당은 본래 이머시브 설치를 상정하고 설계된 공연장이 아니었기에, 다량의 스피커를 플라잉하기 위한 리깅 포인트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스피커의 하중 지지와 정확한 방사 각도 구현을 위해 결국 별도의 전용 트러스를 제작하여 설치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현장 셋업 과정 또한 변수의 연속이었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6통씩 5개의 클러스터로 구성된 L-ISA 시스템 배치를 확정했으나, 실제 설치 현장에서는 프로젝터와의 간섭과 스크린의 운용 높이 등 시각적 제약들이 있었다. 음향적 정밀도를 유지하면서도 타 파트와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현장에서는 스피커 위치를 수정하고 재조정하는 작업이 반복되었다.
며칠에 걸친 시스템 설계와 현장에서의 거듭된 수정을 거쳐서 비로소 700여 석 전 객석에 180도 하이퍼리얼 사운드를 전달하기 위한 하드웨어 셋업이 완료되었다. 공연장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구축된 이 시스템은 이번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뤄내겠다는 음향감독의 확고한 집념과 기술지원팀의 든든한 조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객석 앞 열 좌, 우측의 사운드 음영지역을 보완하기 위해 아웃필 스피커로 사용된 X12, 좌우 각 1통씩 설치되었다. X12 아래의 그라운드 서브우퍼는 극장 장비로 이번 공연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사운드 디자인

인풋 시트로 읽는 사운드 디자인
전체 70채널이 넘는 입력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국악관현악 편성을 무대에서 어떻게 음향적으로 해석했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문서다. 음향디자이너의 의도가 반영된 이 리스트에는 악기군별로 세밀하게 구분된 마이크 선택과 배치 방식이 담겨 있다. 여기에 L-ISA 프로세서 인풋 시트를 함께 조합해 보면, 무대 위 각 악기가 이머시브 컨트롤러 안에서 어떤 오브젝트로 처리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현악기 – 교과서적인 구성, 하지만 특별했던 사운드
가야금 6대, 해금 6대, 거문고 6대, 소아쟁과 대아쟁 6대. 현악기만으로도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우는 이번 편성에서 개별 악기 픽업의 기본은 Beta57이었다. 슈퍼카디오이드 패턴의 다이나믹 마이크인 Beta57은 국악 현악기 특유의 고음역 배음을 선명하게 잡으면서도 좁은 지향각으로 주변 악기와의 간섭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국악 공연에서 이미 정석으로 자리 잡은 선택이다.
사실, 사운드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이번 취재에서는 공연을 먼저 관람하고 나중에 무대에 올라 셋업을 살펴보았는데 공연 때 현악기의 이미지와 해상도가 너무 좋아 콘덴서 마이크를 사용했나 싶을 정도였는데 현파트를 담당했던 대부분의 마이크가 Beta57인 것을 확인하고는 내심 놀랐던 기억이다.
콘덴서 마이크도 파트별 1대씩 오버헤드로 투입되어 공간감과 캐릭터를 부가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여느 엔지니어들도 흔히 쓰는 구성인데도 사운드가 확연하게 다르게 느껴진 건 스피커 시스템이 L-ISA였던 것 외에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좌측 그림 1 L-ISA 프로세서 인풋 시트를 보면 가야금, 거문고, 아쟁에 추가된 오버헤드 마이크(ch54~56)들은 각각 direct-out으로 L-ISA 프로세서로 들어가게 된다. 개별 악기 채널(ch16~27, 34~39)과 오버헤드 채널이 L-ISA 안에서 서로 다른 공간 좌표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각 Object는 좌우는 물론 앞뒤로 이동하면서 거리감과 정위감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콘솔 채널의 프로세싱 등으로 음색을 조정할 필요 없이 Object의 위치를 통해 소스의 존재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매우 큰 매리트라고 주호일 감독은 설명했다.

관악기 – 날카로운 선율의 절제와 진한 여운
피리 8대와 태평소, 대피리 등 관악기 파트의 대부분 또한 엔지니어들이 자주 선택하는 Beta58이 설치되었다. 날카로운 음색과 강한 브레스 노이즈를 가진 관파트에서 Beta58은 거친 성분을 억제하며 알맹이가 또렷한 사운드를 캡처한다. 반면 대금, 소금, 피리의 솔로 마이크에는 30~20,000Hz에 이르는 넓은 주파수 응답과 높은 중역대 밀도를 자랑하는 Beyerdynamic M88이 배치되었는데 곡 중 솔로 부분을 다른 악기들보다 조금 더 부각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전했다. 실제 공연에서도 M88은 대금 특유의 풍성한 저역과 숨소리의 디테일을 입체적으로 포착하며 소리의 질감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날 공연의 백미였던 소금 솔로 연주에서 들려준 사운드는 단연 발군이었는데, 악기의 청아한 음색에 깊이감을 더한 M88의 매칭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날카로움을 다듬어 존재감을 만든 Beta58과 악기 본연의 깊이를 확장한 M88의 대비는, L-ISA 시스템 안에서 각기 독립된 Object로 처리되며 관악기 파트의 선명한 존재감을 완성했다.
타악기 – 고요에서 폭풍까지, 다이내믹의 향연
타악기 섹션은 악기별 음압 특성의 편차가 가장 크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매우 넓은 파트이다. 특별하게 눈에 띄는 부분은 장구에 사용된 하이퍼카디오이드 패턴의 더블 리본 마이크인 Beyerdynamic M160이다. 리본 마이크 특유의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질감은 장구의 채편과 궁편이 가진 음색의 차이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본연의 소리를 충실히 캡처해냈다.

대고와 베이스 드럼에는 각각 킥 드럼용 마이크로 유명한 Earthworks의 SR20LS와 Shure BETA52가 설치되었다 . 특히 SR20LS는 150dB SPL에 달하는 높은 허용 입력 음압과 빠른 트렌지언트 특성을 바탕으로, 대고의 어택감을 또렷하게 포착하는 동시에 과도한 부밍 없이 깔끔한 저음을 구현했다. L-ISA 시스템 안에서도 이들 소스는 독립된 오브젝트로 처리되어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을 명확히 했다.


반면, 팀파니는 AKG C414 한 쌍을 좌우 오버헤드로 배치하고, 모듬북을 포함한 기타 타악기들과 함께 각각의 Group으로 묶어 L-ISA로 보내졌다. 개별 악기 단위의 Direct-out 방식과 달리, 타악 앙상블의 전체적인 공간감은 그룹 오브젝트를 통해 이머시브 음장 안에서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로 배치되는 그림이다. 64개라는 제한된 채널 안에서 오브젝트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선마이크 – 플래그십 인프라와 정교한 매니지먼트의 조화
공연 2막에 출연한 소리꾼과 고수의 협연 무대는 무대 위 전환 동선과 연주자의 활동 범위를 고려하여 무선 시스템으로 운용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국내 공연장 중 손꼽히는 수준의 플래그십 무선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유명하다. 이날 공연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김동연 전승교육사(국가무형유산 동해안별신굿)에게는 Sennheiser의 최상위 라인업인 Digital9000의 SK9000 바디팩과 DPA 6066 헤드셋 마이크가 사용됐다. 초소형 캡슐임에도 압도적인 명료도를 가진 DPA 6066은 소리꾼의 폭발적인 성량과 섬세한 떨림을 자연스럽게 캡처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협연으로 나선 고수와 장구 수음에는 Shure의 플래그십 무선 시스템인 Axient Digital 시리즈가 적용되었다. 고수에는 AD1 바디팩에 DPA 4088 핀 마이크가, 장구에는 AD2 핸드형 송신기에 SM58 헤드가 사용되었다. 70채널이 넘는 방대한 인풋이 운용되는 가운데에서도 무선 마이크 소스들은 유선 마이크와의 이질감 없이 믹스 안에서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모니터 섹션 – 선택과 집중, 복잡한 무대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
무대 위 연주자만 6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이번 공연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스테이지 셋업을 구현하고자 한 점이 모니터 시스템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규모 연주단이 서로의 소리를 명확하게 모니터링하면서도 무대 전체 음압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인이어(IEM), 상부 배튼 리깅(Rig Mon), 퍼스널 모니터(P16)를 혼합 구성하여 각 파트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였다.
무대 측면의 사이드 모니터로 사용된 CQ-1과 상부 배튼에 리깅한 UPJ 3개 존은 스테이지 전반의 앰비언스를 담당했으며, 지휘자에게는 전용 웨지 모니터(X8)와 인이어(IEM #1)를 동시에 제공하여 상황에 맞는 유연한 모니터링 환경을 구축하였다.






FOH 섹션
완벽에 가까운 믹스, 이머시브로 날개를 달다
이번 공연은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의 메인 콘솔인 Avid VENUE | S6L-48D 콘솔을 활용하여 80여 채널에 달하는 인풋 소스를 여유있게 운영했다. 특히 모든 믹싱과 레코딩, 그리고 L-ISA 프로세싱 전 과정을 96kHz 24bit 포맷의 고해상도로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국악기 특유의 복잡하고 섬세한 배음 구조를 손실 없이 확보하려 노력했다.
주호일 감독은 악기 본연의 자연스러운 울림과 다이내믹을 보존하기 위해 최소한의 필터와 이큐잉을 통해 정리 작업만을 거쳤으며, 컴프레서의 사용 역시 최대한 자제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다듬어진 80여 채널의 소스 중 64개의 소스는 콘솔의 Direct Out과 Group Out을 통해 MADI 프로토콜로 L-ISA 프로세서에 전송되었다. L-ISA 시스템 내에서 각 소스는 개별 오브젝트로 정의되었으며, 각 곡 마다 음악적 의도에 맞춰 오브젝트의 위치와 폭을 설정한 뒤 스냅샷으로 저장하여 곡마다 최적화된 사운드를 선사했다.

랙 상단부터 LC16D Milan AVB 컨버터, RME MADI Router, L-ISA 프로세서 순으로 마운트되어 있다. 콘솔에서 출력된 신호는 RME MADI Router를 통해 Optical MADI로 변환된 후 L-ISA 프로세서로 전달되며, L-ISA Controller에서 처리된 최종 이머시브 사운드는 LC16D Milan AVB 컨버터를 거쳐 앰프단으로 전송되는 시그널 플로우로 설계되었다.



L-ISA Controller
또한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Pro Tools를 활용한 Virtual Mix도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리허설 당시 녹음된 멀티트랙 소스를 활용해 연주자가 없는 시간에도 객석 곳곳을 이동하며 소리의 정위감과 톤 밸런스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사운드는 정교한 믹스에 더해 객석 전체를 아우르는 압도적인 음장감으로 완성되었다.
공간의 깊이를 더하는 잔향 설계 역시 돋보였다. 전체적인 잔향감은 L-ISA의 자체 리버브를 통해 일체감 있는 사운드를 제공했으며, 오버헤드와 특정 마이크에만 아웃보드형 외장리버브 Bricasti M7을 제한적으로 사용하여 고급스러운 질감을 더했다. 이 두 계통의 리버브를 통해 인위적인 잔향이 아닌, 마치 홀 자체의 잔향처럼 느껴지는 듯 극도로 자연스러운 잔향감을 구현해냈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악관현악의 확성 공연은 주호일 감독의 완벽에 가까운 믹스에 더해 L-ISA 하이퍼리얼 이머시브 시스템이라는 날개를 달고 관객들에게 최고의 몰입감 넘치는 사운드를 제공했다.






에필로그
3일간 이어진 이번 공연은 영상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공연으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완성도 뒤에는 전통 국악이라는 장르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L-ISA 이머시브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어낸 주호일 감독의 끊임없는 도전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국악 공연의 사운드 향상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은 그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국악과 공연, 무대음향에 ‘찐’ 진심인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