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parent Phase EQ에 대해서 알아보자

  1. 들어가는말

이퀄라이저(Equalizer, 이하 EQ)는 오디오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EQ를 사용하면 고질적인 위상 변이(Phase Shift)가 발생한다. 이는 신호의 위상 구조에 영향을 미쳐 설정한 중심 주파수(Peaking Frequency) 주변의 음상을 흐릿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위상 변이를 보정해 주는 Linear Phase EQ가 대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많은 시스템 자원을 요구하며, 레이턴시(Latency)와 프리 링잉(Pre-Ringing)을 발생시키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동반한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EQ의 위상 변이가 발생하는 원리와 그 물리적 특성을 간략히 살펴보고, EQ 사용 시 이러한 위상 문제를 최소화할 방법과 Linear Phase EQ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Transparent Phase EQ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2. 이퀄라이저(Equalizer)와페이즈쉬프트(Phase Shift)

그림1. Phase Response

먼저 회로에서 위상 변이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본다. 어떤 장비나 회로를 확인하다 보면 중음역대는 평탄한데 저음역은 위상이 빠르고 고음역으로 갈수록 위상이 늦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전 주파수 대역에 위상 변이가 0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위의 그림1처럼 나온다. 

먼저 저음역에 위상이 빨라지는 것은 입력단에 연결한 문지기 콘덴서 때문이다. 직류(DC)를 막고 교류(AC)인 오디오 신호만 통과시키는 의도적인 HPF 설계로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연결한 것인데 대체로 아날로그 장비나 빈티지 장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반면 이후의 장비에서는 ‘DC Coupled’ 설계로 평탄한 특성이 나타난다. 

콘덴서는 시작부터 위상이 90도이며 전류를 공급하지 않을 때 전류가 흘러나오고, 전류를 공급하면 점점 줄어들다가 전위가 다 차오르면 더 이상 흐르지 않게 된다. 따라서 저음역은 보호 목적으로 직렬 연결된 콘덴서에 의해 위상이 선행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빈티지 장비는 저음역일수록 위상이 빨라지며 음색적 특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림2. 케이블 기생 콘덴서

저음역과는 반대로, 고음역에서 위상이 점점 늦어지는 것은 회로나 케이블에 잔존하는 기생 콘덴서와 같은 현상으로, 케이블에 오디오 신호가 흐르면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커패시터 기능 때문이다. 신호가 흐르면 케이블에 전류가 흐르며 형성된 전기장이 피복체의 분자를 정렬(유전 분극)시키고, 이 과정에서 피복이 에너지를 머금게 되어 신호의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 이것이 병렬 콘덴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지나갈 때마다 전위가 충∙방전 과정에서 고음역의 신호를 방해하는 것이다. 저음역 신호는 변화 속도가 느려 이러한 충·방전 과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지만, 고음역 신호는 매우 빠른 주기로 변화하기 때문에 동일한 과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케이블만으로도 고음역의 위상 지연이 발생한다. 이는 필연적이며 우리는 보편적으로 고음역의 위상 지연을 듣고 살아온 것이다.

EQ는 오디오 회로의 기본 소자인 콘덴서, 코일, 저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EQ를 활성화하고 특정 주파수를 증폭하면 해당 구간에서 에너지가 콘덴서(전기장)와 코일(자기장) 사이로 에너지를 교환하며 유지된다. 콘덴서는 전기장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코일은 자기장에 에너지를 저장하면서 이 두 소자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회로 내에 에너지가 일시적으로 축적되는 상태, 즉 공진(Resonance)이 발생하며 신호가 증폭되는 것이다. 회로 안에서 에너지가 회로에 머무는 시간으로 시간 지연이 생기며, 이것이 위상 변이로 나타난다.

그림3. 공진 주파수의 에너지 핑퐁 

이렇게 발생한 위상 변이는 공진 주파수를 기점으로 저주파와 고주파에서 정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콘덴서의 경우, 저주파에서는 전압이 느리게 변하며 전류가 작다. 즉, 충전과 방전이 느리게 일어나서 신호 전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 반면 고주파에서는 전압이 빠르게 변하며 전류가 크다. 즉, 충전과 방전이 빠르게 일어나서 비교적 잘 통과한다. 이때 콘덴서에서는 전류가 전압보다 앞서는 위상 특성이 나타난다.

코일의 경우, 저주파에서는 유도전류가 적어서 전류가 쉽게 흐르고 신호 전달이 원활하다. 반면 고주파에서는 유도전류가 강하고 자기장의 방해가 커서 쉽게 통과되지 못한다. 따라서 공진 주파수를 기준으로 낮은 대역에서는 콘덴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지며 전류가 전압보다 선행하는 특성에 의해 위상이 앞서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대로 높은 대역에서는 코일의 영향이 지배적으로 작용하여 전류가 전압보다 지연되는 특성에 의해 위상이 늦어지게 된다.

그림4. 1kHz Peaking Magnitude
그림5. 1kHz Peaking Phase

이 과정에서 저항은 콘덴서와 코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 교환을 감쇠시키는 역할을 한다. 저항으로 회로 내에 축적된 에너지는 점차 소산되며, 결국 신호는 회로를 빠져나가게 된다.

 저항값이 클수록 에너지가 더 빠르게 소모되어 공진은 급격히 감쇠하고, 저항값이 작을수록 에너지 교환이 더 길게 지속되어 공진은 완만하게 감쇠한다. 이러한 감쇠 특성은 결과적으로 공진의 폭과 지속 시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EQ에서 조절하는 Q 값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림6. Q값이 클 때(저항이 작다)
그림7. Q값이 작을 때(저항이 크다)

Q는 Quality Factor를 나타내며 아래의 공식에서 알 수 있듯이 저항과 반비례한다. 

Q 값이 크다는 것은 감쇠가 적다는 의미로, 특정 공진 주파수 대역에 에너지가 강하게 증폭되는 특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공기 중에 그네 밀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공진 주파수에 해당하는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힘을 가하면 점점 더 높은 진폭으로 진동하게 된다.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밀어주는 힘과 그네가 내려오는 힘이 정면으로 부딪쳐 에너지가 박살나고 만다. 즉, 정확한 타이밍 단 하나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큰 Q 값으로 부스트를 하면 뾰쪽하고 좁은 종 모양(Narrow Bell)의 EQ 곡선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Q 값이 작다는 것은 감쇠가 크다는 의미로, 에너지가 특정 대역에 집중되지 않고 넓게 분산되는 특성을 가진다. 물속에서는 저항이 강하기 때문에 그네를 밀더라도 에너지가 빠르게 소산되어 진폭이 많이 증가하지 않으며, 타이밍에 대한 민감도도 낮아진다. 이처럼 넓은 조건에서 완만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낮은 Q 값으로 부스트 하면 완만하고 넓은 종 모양(Wide Bell)의 EQ 곡선이 그려진다.

그림8. 1kHz 약한 브레이크
그림9. 1kHz 강한 브레이크

  3. 프리링잉(Pre-Ringing)과포스트링잉(Post-Ringing)

EQ를 사용하면 위상 변이뿐만 아니라, 아래의 그림10과 그림11에서 볼 수 있듯이 저항에 의한 감쇠 과정에서 불필요한 진동이 발생하는 링잉(Ringing) 현상이 나타난다. 저항으로 에너지가 감쇠된 이후에도 이러한 잔류 진동이 지속되는 현상을 포스트 링잉(Post-Ringing)이라고 한다. 

그림10. Q값이 클 때(저항이 작다)
그림11. Q값이 작을 때(저항이 크다)

Q 값이 크다는 것은 감쇠가 작다는 의미로, 그림10과 같이 입력 신호가 끊어진 이후에도 회로 내에 축적된 에너지가 일정 시간 동안 유지되며 잔류 진동, 즉 링잉이 발생하게 된다. 또, 증폭량이 클수록 축적된 에너지도 증가하므로, Q 값이 크거나 증폭을 높일수록 링잉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Q가 작다는 것은 감쇠가 크다는 의미로, 그림11과 같이 회로 내 에너지가 빠르게 소산되어 진동이 신속히 억제된다. 이에 따라 발생되는 잔류 진동도 상대적으로 적어지며, 증폭을 높이더라도 링잉이 많이 증가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이처럼 Q 값, 즉 감쇠 정도에 따라 링잉의 발생 양상이 달라지는 원리는 스피커 시스템에서의 댐핑 팩터(Damping Factor)1)와 매우 유사하다. 앰프의 댐핑 팩터가 클수록 스피커의 불필요한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보다 정확하고 제어된 응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EQ 회로에서도 감쇄가 클수록(즉, Q 값이 작을수록) 링잉이 억제되어 보다 안정적이고 정밀한 신호 처리가 가능해진다. 

1)  스피커 임피던스 대비 앰프 출력 임피던스로 앰프가 얼마나 스피커의 진동판을 정확하고 단단하게 제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정도. 스피커 임피던스/앰프 출력 임피던스

그림12. 저음과 고음의 시작점이 같다.
그림13. 저음과 고음의 피크가 같다.

우리가 듣는 소리, 예를 들어 타격음은 그림12처럼 저음과 고음이 동시에 시작된다. 그러나 저음은 주기가 길고 고음은 짧으므로 우리가 실제 타격음으로 인지하는 피크에 도달하는 시간은 고음이 빠르고 저음이 느리게 나타난다. 즉, 대역별로 위상이 서로 다르게 형성된다. 여기에 EQ를 적용하여 추가적인 위상 변이가 발생하면, 원래의 소리와는 다른 질감으로 왜곡되어서 들리게 된다. 특히 저음역일수록, Q 값이 커서 감쇠가 적을수록, 그리고 증폭량이 클수록 더 포스트 링잉이 나타난다. 

Linear Phase EQ는 그림13과 같이 이 피크를 기준으로 저음과 고음의 도달 시간을 정렬한다. 가장 늦게 도달하는 저음을 기준으로 고음을 일정 시간만큼 지연시켜 피크를 일치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에너지가 거의 없는 신호의 시작점보다, 에너지가 가장 집중된 피크를 기준으로 정렬하는 것이 청각적인 타격감을 맞추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을 통해 저음역부터 고음역까지, 나아가 EQ로 인해 발생한 위상 변위까지 모두 일직선으로 정렬할 수 있다. 

그러나 피크 기준의 정렬은 그림13의 빨간색 영역과 같이 오디오 신호 앞에 프리 링잉(Pre-Ringing)이라는 불필요한 노이즈를 만든다. 저음과 고음의 피크 위상은 일치했지만, 저음은 파장이 길어 피크에 도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에너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저음역일수록 피크 이전 구간에 선행 에너지가 길게 나타나며, 이것이 청감상 부자연스러운 프리 링잉으로 인지된다.

일반적인 포스트 링잉은 공진 이후 감쇠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류 진동으로, 본래의 오디오 신호에 마스킹(Masking) 되어 청각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프리 링잉은 오디오 신호 이전에 나타나는 불필요한 성분으로, 트랜지언트(Transient)의 해상도를 떨어뜨려 소리를 흐릿하게(Smearing) 만들 뿐만 아니라, 게이트(Gate)와 같은 다이내믹 계열 이펙터가 피크보다 먼저 반응하게 만드는 오동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림14. 5kHz 15dB Peaking phase 그래프

5kHz 주파수에서 15dB까지 피킹(Peaking)을 한다고 가정하면 Minimum Phase EQ에서는 빨간 점선과 같은 위상 변이가 발생한다. 이는 2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진 과정에서 5kHz를 기준으로 저주파 대역에서는 위상이 앞서고 고주파 대역에서는 위상이 지연되는 특성에 따른 것으로, 일반적인 EQ 사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위상 변이는 특정 공진 주파수 인근에서 링잉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음색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저음역일수록, 증폭량이 클수록, Q 값이 클수록(감쇠가 적을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EQ로 인한 위상 변이 문제는 All Pass Filter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 필터는 일반적인 필터와는 달리 진폭 응답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오로지 위상 응답만을 조절하는 특성을 가진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콘덴서와 코일 같은 물리적인 소자의 한계로 인해 노이즈 증가나 음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디지털 필터가 도입되면서 이러한 제약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지만, 가장 늦게 도달하는 저주파를 기준으로 전체 주파수 성분을 정렬하기 위해서는 아주 큰 버퍼 사이즈가 필요하며, 이는 높은 연산 비용과 레이턴시 증가로 이어지는 한계를 가진다.

그림15. Fabfilter의 Pro-Q4
그림16. Waves의 Linear Phase EQ

현재는 EQ + All Pass Filter와 유사한 효과를 구현하는 디지털 도메인의 플러그인 형태인 Linear Phase EQ를 통해 위상 변이를 보정한다. 대표적으로 Fabfilter의 Pro-Q4와 Waves의 Linear Phase EQ 등이 있다. 물론 Linear Phase EQ는 FIR 필터 기반으로 피크를 기준으로 위상을 정렬하는 방식으로, EQ와 All Pass Filter를 조합하는 방식처럼 두 단계를 거치는 구조는 아니므로 구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위상 정렬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타격음이 발생하면 모든 주파수 성분은 동시에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가 인지하는 피크는 그림12와 같이 고음보다 저음이 더 늦게 도달하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이러한 특성을 일상적으로 경험해 왔다. 하지만 EQ를 사용하면서 특정 대역의 위상 변이가 추가되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형태의 음색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Linear Phase EQ는 위상 정렬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림14의 파란색 점선에서 볼 수 있듯이, 피크를 기준으로 저음역부터 고음역까지, 나아가 EQ로 인해 발생한 위상 변위까지 일직선으로 정렬되어 Minimum Phase EQ의 위상 왜곡 문제를 효과적으로 완화한다.

그러나 Linear Phase EQ 역시 태생적인 한계를 가진다. 가장 늦게 도달하는 저음역을 기준으로 전 대역의 위상을 정렬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큰 버퍼 사이즈가 필요하며, 이는 곧 긴 레이턴시(Latency)로 이어진다. 또한 FIR 필터 기반의 연산 특성상 시스템 자원 소모도 커지기 때문에, 트랙 수가 많은 대형 세션이나 실시간 처리가 요구되는 라이브 환경에서는 사용에 제약이 따른다. 앞서 3장에서 설명한 프리 링잉 문제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Linear Phase EQ가 위상 정렬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렬이 모든 대역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대역에서, 어느 정도까지 정렬이 필요한지를 선택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그림14에서 초록색 점선으로 나타나는 Transparent Phase다.

Transparent Phase EQ는 Linear Phase EQ처럼 전 대역에 동일한 위상 처리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기준으로 저음역에는 Minimum Phase EQ를, 그 이상의 고음역에는 Linear Phase EQ를 나누어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림17. 저음역 0dB
그림18. 고음역 0dB

저음역과 고음역을 피킹 하지 않을 경우(0dB), 그림17과 그림18에서 보듯이 파장의 길이에 따라 피크의 도달 시간이 점차 달라질 뿐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오디오의 특성이므로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Linear Phase EQ로 정렬하더라도 피크를 중심으로 선형적으로 정렬될 뿐이며, 저음역의 선행 에너지 역시 청감상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림19. 저음역 3dB
그림20. 고음역 3dB

그러나 EQ로 3dB을 피킹 하게 되면 타격음에 포스트 링잉의 에너지가 추가되면서 피크 도달 시간이 더 지연되는데, 고음역에 비해 저음역의 피크가 더 크게 뒤로 밀리는 경향을 보인다. 같은 주파수라도 그림17의 피킹 하지 않은 경우와 그림19의 3dB 피킹 한 경우를 비교해 보면, 피크가 뒤로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고음역은 그림18과 그림20을 비교해 보아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림21. 저음역 10dB
그림22. 고음역 10dB

문제는 증폭량이 커질 때 발생한다. 그림21처럼 저음역을 10dB 이상 과도하게 증폭할 경우, 필터 내부에서 공명하는 포스트 링잉 에너지가 원래 타격음의 에너지를 완전히 압도하게 된다. 그 결과, 원래의 피크보다 훨씬 뒤에 새로운 피크가 형성되며 시간 지연이 많이 증가한다. 고음역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지만, 이를 Linear Phase EQ로 타격 시점(0ms)에 맞춰 정렬하려 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뒤로 지연되었던 링잉 에너지가 신호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큰 진폭과 긴 지속 시간을 가진 프리 링잉으로 변환되어 트랜지언트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상 변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Linear Phase EQ조차 프리 링잉이라는 또 다른 한계를 가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Transparent Phase EQ는 크로스오버 포인트 주파수를 기준으로 저음역에서는 Minimum Phase EQ를, 고음역에서는 Linear Phase EQ를 적용한다. 이를 통해 각 방식의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장점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음역은 동일한 필터 조건에서도 시간 영역에서 더 긴 임펄스 응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Linear Phase로 정렬할 경우 프리 링잉이 시간상으로 길어지고 청감적으로도 두드러지게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구간에서는 Minimum Phase EQ 고유의 자연스러운 위상 응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반면 고음역은 동일한 조건에서도 링잉이 시간상으로 매우 짧은 구간에 집중되며, 청감적으로도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인식된다. 따라서 Linear Phase EQ로 정렬하더라도 프리 링잉이 큰 문제로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EQ로 인해 발생한 위상 변이를 효과적으로 정렬하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기준으로 처리 방식을 분리함으로써 Transparent Phase EQ는 세 가지 실질적인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첫째, Linear Phase 연산이 필요한 범위를 고음역으로 제한함으로써 요구되는 필터 길이를 줄일 수 있고, 이에 따라 버퍼 사이즈가 감소하여 레이턴시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둘째, 연산 범위의 축소는 시스템 자원 소모 감소로 이어진다. 셋째, 프리 링잉이 가장 두드러지는 저음역에 Minimum Phase를 적용함으로써, 프리 링잉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Transparent Phase EQ는 Linear Phase EQ와 Minimum Phase EQ의 장점을 주파수 대역별로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음질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 실용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녹음과 믹싱 환경은 물론, 레이턴시와 시스템 부하에 민감한 라이브 현장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EQ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Transparent Phase를 적용한 EQ로는 CraveDSP의 Crave EQ, Three-Body Technology의 Kirchhoff EQ, DMG Audio의 EQuilibrium이 있다. 

  4. 맺음말

지금까지 EQ에서 발생하는 위상 변이의 본질을 살펴보고, Minimum Phase EQ와 Linear Phase EQ의 특성과 한계를 비교하였다. 또한 이 두 방식의 장점을 결합하여 단점을 보완하는 접근으로서 Transparent Phase EQ의 개념과 그 실용적 의미를 확인하였다.

Transparent Phase EQ는 저음역에서는 자연스러운 Group Delay를 유지하여 트랜지언트를 보존하고, 고음역에서는 위상을 정렬하여 정확도를 확보함으로써 시간 영역과 주파수 영역 사이의 균형을 실용적으로 달성한다. 그 결과, 프리 링잉과 위상 왜곡이라는 기존 EQ의 대표적인 한계를 효과적으로 완화하면서도, 레이턴시와 연산 효율 측면에서도 현실적인 장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특성은 녹음과 믹싱은 물론, 실시간 처리가 중요한 환경에서도 높은 활용 가치를 갖는다.

결국 EQ는 단순한 주파수 보정 도구가 아니라 시간과 위상, 그리고 청각적 지각의 관계를 설계하는 과정이며, Transparent Phase EQ는 이러한 관점을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한 하나의 해법이라 할 수 있다. 공진과 위상이 만들어내는 시간적 변화는 마치 SF 작품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이는 오디오가 기술을 넘어 감각과 인식을 함께 다루는 영역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Transparent Phase EQ는 단순한 기능적 개선을 넘어, 오디오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

※참고 문헌※
- 음향기술총론, 강성훈 박사 저, 사운드미디어
- 음향시스템의 기초, 강성훈 박사 저, 사운드미디어
- 고급음향기술, 강성훈 박사 저, 음향기술산업연구소
- 무대음향, 이수용, 정주현, 성재훈 저,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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