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예술극장 김경남, 허선영, 김종현, 남영모, 정하윤 음향감독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경남: 안녕하십니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대기술부 음향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경남입니다. 현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의 음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2009년 9월 1일에 대학로예술극장에 입사해서 근무를 시작했으니까 13년이 조금 넘어갔네요.
허선영: 저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음향을 담당하고 있는 허선영입니다.
김종현: 안녕하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 근무하고 있는 음향감독 김종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남영모: 안녕하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대기술부 남영모입니다. 현재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음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하윤: 안녕하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음향감독 정하윤입니다.

아르코예술극장 감독 (좌측부터 김종현, 남영모, 김경남, 도명호, 허선영 음향감독)

음향감독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처음 시작은 어떤 분야였는지 궁금합니다.

김경남: 어릴 적, 집에 아버지께서 아끼시던 인켈(inkel) 전축 세트가 있었는데 항상 카세트 테이프나 LP를 재생하여 커다란 스피커로 음악이 흘러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이크, 이퀄라이저, 레코더, 파워앰프, 스피커 등을 개별 컨트롤해야 하는 장비였네요…^^
그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여러 음악을 듣게 되었고, 밴드음악과 라이브 공연에 관심이 생기면서 라이브 음향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음향 렌탈 컴퍼니에 무작정 입사하여 방송, 행사,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의 음향시스템을 경험해보고 이직도 좀 하면서 8년정도 근무하다가 지금의 아르코예술극장에 오게 되었습니다.

허선영: 학창시절에 콘서트 보러 다니는 걸 좋아했었는데요. 콘서트장의 콘솔 부스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그때부터 막연하게 저런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지요. 2004년,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공연장이 새로 지어졌는데 그게 인천학생교육문화관이었어요. 당시 채용공고가 공연장 근무자가 아닌 일반직원을 뽑는 채용공고였지만, 무작정 지원하여 면접에서 공연장에 근무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그렇게 해주셔서 그때부터 공연장 음향파트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 감독님들께는 좀 죄송하기도 했어요. 저는 정말 백지상태였었고, 같이 일하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으셨을텐데 뜬금없이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으니까요.^^

김종현: 고등학교 때까지 실연자를 하고 싶었어요. 일렉베이스를 쳤었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듯 집안의 반대로 꿈을 포기하고 대학에 진학했죠. 대학에서 취미로 밴드를 하다 음향감독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궁금해져서, 휴학 후에 SR렌탈팀에 입사했습니다. 1년 정도 경험해보려 시작했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매력적인 일이라 멈추지 못하고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SR렌탈팀과 녹음실을 거쳐 공연장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남영모: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너무 좋아했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소리를 찾고자 했던 것이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음향을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대학에서 음향제작을 전공하면서 렌탈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이어서 방송국 음악프로그램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정하윤: 미디 작곡으로 입시(실기)를 준비할 때 음향 지식이 필요로 했었습니다. 그때 음향 공부를 하다가 재미를 느꼈고, 음향 크루 일을 시작으로 이것, 저것 해보다가 지금 여기 아르코에 와있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객석 전경

음향감독이라는 직업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추천할만한 직업인지 궁금합니다.

김경남: 공연장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기술 스태프나 예술가들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공연예술 작품을 무대에 실연시키는데 본인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점은 공연시간은 정해져 있고 현장 예술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준비하지 않으면 내가 놓친 일만 생각하다가 아쉬운 공연을 만들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를 본인은 물론 모든 관객과 스태프들과 함께하게 되지요…^^

음향기술은 본인이 좋아서 공부하는 부분이지만, 음향감독으로서 다른 파트 스태프들과의 협력이나 공연단체와의 기술지원 업무 등 대인관계가 많은 포지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와 단순하게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으로서가 아닌 직업인으로서 자세가 준비되어 있다면 직업으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선영: 좋은 점은 나 스스로의 플랜 안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는 반면, 어려운 점은 그에 따른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공연장 음향감독은 직장으로서 안정감과 공연을 한다는 자부심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충분히 추천할만한 매력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현: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이 나의 직업이 되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기 때문에 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딱히 공감이 되지 않는다거나, 관심이 적은, 잘 모르는 분야라 할지라도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따르기 때문에 오는 고충이 있죠. 모든 기술 관련직이 그렇겠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습득해야 하고, 기관에 속해 있다면 음향 이외에 구성원으로서의 업무도 수행해야 하고요. 그렇지만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이 내 직업이기 때문에 늘 설레고 행복합니다. 따라오는 책임감도 많이 무겁지만, 그것 또한 감사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음향을 직업으로 고민하는 후배라면 저는 한번쯤 꼭 경험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것, 성향과 성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뭐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쓸모없는 경험은 없기에, 기회를 만들어 한번쯤 도전해 봤으면 합니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입니다.

남영모: 장점으로는 각 분야의 여러 사람들과 협업하여 공연을 만들어 나가고, 함께 만들어 나간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즐거움입니다. 어려운 점은 창작자분들의 시선에 맞춰서 소통하는 점이고요. 결론적으로 같은 지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음향감독은 공연이 즐거운 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정하윤: 조금의 성취감이라도 얻을 기회가 많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점은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 예술극장으로 1981년에 개관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소극장 그리고 2009년에 개관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소극장 각 공연장의 특징과 음향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김경남: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600석 규모이며, 프로시니엄 형태의 공연장입니다. 음향시스템은 2017년 7월에 일부 리뉴얼되었습니다. 메인 콘솔은 MIDAS PROX, 서브 콘솔은 MIDAS PRO2를 사용하고 있으며, Antelope OCX HD의 마스터클럭이 NEUTRON AES3단자를 통해 보내지고, 96kHz로 Sync되어 동작하고 있습니다.

I/O는 FOH에 DL451 1대, 앰프실에 DL351 2대가 AES50으로 연결되고, DSP(NEUTRON)에는 단테와 마디카드가 장착되어 단테를 통해 Qsys 250i 프로세서(Qsys 110f core 포함)가 별도 I/O로 구성되었으며, 마디카드와 MGB를 통해 SoundGrid 네트워크를 구성합니다.

Q-Sys Designer

FOH와 앰프실 간 10G 24코어 광케이블을 통해 각각 네트워크 스위치에 연결되고, Milan AVB스위치는 별도의 Lan패치를 통해 Galaxy816의 SpacemapGo 모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인스피커는 L/R 각각 MeyerSound Leopard 8EA와 900LFC 2EA, 1100LFC 1EA가 리깅되어있고, 센터스피커는 Leopard 5EA가 Galaxy816을 통해 컨트롤되고 있습니다.

Galaxy816 SpacemapGo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110석 규모이며,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입니다. 음향시스템은 2014년에 리뉴얼되었고, 콘솔은 MIDAS PRO2로 AES50을 통해 KlarkTeknik DN9630을 연결하여 멀티플레이백 시스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Q-Sys Designer

메인스피커는 L/R 각각 ADAMSON Point-12 1EA, 서브우퍼는 Point-115 SUB가 그리드에 리깅되어 있고, BSS LONDON BLU-100을 통해 컨트롤되고 있습니다. 블랙박스 공연장 특성상 객석을 자유롭게 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드에 설치한 메인스피커에 배어링을 부착하여 스피커가 180도 회전이 가능한 구조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Galaxy816 SpacemapGo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504석 규모이며, 프로시니엄 형태의 공연장입니다. 음향시스템은 2009년 개관 당시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다 2019년에 FOH 콘솔만 YAMAHA PM5D-RH에서 MIDAS Heritage-D로 교체하였으며, Heritage-D 콘솔의 단테와 마디카드를 통해 디지털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인스피커는 L/R 각각 MeyerSound CQ-1P 2EA, 650P 1EA, 센터스피커는 UPA-1P 2EA가 Glaxy616을 통해 컨트롤되고 있습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132석 규모이며,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입니다. 음향시스템은 2017년 리뉴얼되었고, 콘솔은 MIDAS PRO2로 AES50을 통해 KlarkTeknik DN9650 네트워크 브릿지를 사용하여 단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메인스피커는 L/R 각각 ADAMSON-IS7 3EA, 서브우퍼는 IS118 1EA가 풀레인지 스피커와 함께 어레이 되어있고, Lab.Gruppen D40/D80 앰프의 Lake DSP를 통해 컨트롤되고 있습니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4개의 공연장에 각각 인스톨된 시스템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공연장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고, 특히 공연실황 송출이나 SNS컨텐츠 제작 등에 오디오의 역할이 확대 되면서 다양한 시스템에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감염병 방역수칙이 완화되어서도 블랙박스 공연장인 소극장은 물론이고 프로시니엄 극장에도 무대와 객석간의 경계를 허무는 개축객석 형태의 공연이 증가하면서, 가변되는 공간에 적절한 시스템을 구성하여 작품의 특성에 맞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연극과 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적인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음향시스템은 메인스피커의 저역 성분이 무대에 유입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무용이나 연극에서는 여러 종류의 풀레인지 스피커나 서브우퍼를 사용하는 등 대부분 효과용 스피커를 무대 공간에 추가로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연장 외에 5개 연습공간의 음향시스템을 유지관리하며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에 필요한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종현: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많은 창작단체와 예술가가 새롭고 다양한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공연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 저희도 여러 방면으로 시스템 구성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양성’입니다. 아날로그부터 다양한 포맷의 디지털오디오가 지원되고, 일반적인 틀을 벗어난 공연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성하고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 전경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각각 인력구성과 공연이 있을 경우 인력 배치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경남: 저희 음향팀의 정식 배정 인원은 6명입니다. 극장별 고정으로 담당하는 인원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매월 공연 일정이 정해지면 대략 3주전쯤 4개 극장의 근무편성을 시작합니다.

먼저, 공연단체에서 제출한 ‘스태프 운용 계획서’의 내용을 토대로 인력을 배치합니다. 극장에 공연 오퍼레이팅 의뢰 유무와 공연단체에서 공동 작업을 위해 지명한 음향감독이 있는지 파악한 뒤, 개인 일정이 있는 팀원들의 휴무일을 지정하고, 음향팀 내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합니다. 공연단체에서 디자이너나 오퍼레이터가 동반하는 일정과 직접 공연에 참여해야 하는 일정을 파악하여, 연습일정이나 특정인의 업무 과중 등을 고려해서 편성합니다. 저희 음향팀은 비교적 근무편성이 쉬운 편입니다. 작품에 참여도가 높아서 예술가들이 항상 같이 하고 싶은 감독을 지정을 하기도 하고, 다들 배려심이 좋고 공연에 함께하는데 열정이 있어서 오히려 공연근무가 없는 사람이 난감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스템 유지보수 관련 내부기안이나 구매, 공사 등의 입찰은 업무분장을 통해 행정업무를 동반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연장만의 팀원 간 장점이 있다면?

김경남: 입사 초반에 선배님들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뒤처지지는 말자.”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아~! 여기는 적당하게만 하면 되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 의미를 생활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1등이라는 것을…^^

항상 선배님 두 분께서 버팀목이 되어 주시고, 공연예술과 음향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신 것이 우리 음향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파트 후배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원 간에 “항상 보고 싶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부 가식이 된다.”라고 하신 말씀이 가장 많이 귀에 맴 도는데, 우리 팀원들도 선배님 말씀을 각자 마음에 새기고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9월, 아르코 음향팀에 새 식구가 들어왔는데 이러한 팀 내 분위기가 잘 전달되어 앞으로도 함께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허선영: 아르코 음향팀은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팀장님을 필두로 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하지만 묵묵하게, 개성 있지만 모나지 않게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해야 하는 일은 미루지 않고 반드시 정해진 기한 내에 끝내시는 선배님들의 모습을 늘 보며 배워왔기에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종현: 조금 식상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저는 선·후배님들로부터 ‘태도’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이겠지요. 아르코 음향팀은 본인의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늘 진정성 있게 예술가와 작품을 만나고,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며 더 좋은 길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더 많은 창작자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디자인·오퍼레이터 비용을 무료로 하고 있고 그렇다보니 2022년 현재 기준 70%에 가까운 작품들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르코 음향팀은 일을 사랑하는만큼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팀장님을 필두로 서로 챙기고 배려하기에 바쁩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있고 늘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식상하고 거짓말 같을 수 있는데, 정말입니다.

남영모: 대관, 기획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의뢰받은 공연을 직접 진행하거나, 그 외 대관 단체들에게도 적극적인 기술지원을 통해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하윤: 입사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선배님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원 사업을 주로 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성격에 걸맞게 외부 단체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최대한으로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요. 많은 감독님들께서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걸 보며,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감독 (좌측부터 남영모, 김경남, 도명호, 허선영, 김종현 음향감독)

우리 공연장만이 가지고 있는 자긍심이라고 할 수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김경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973년 문화예술진흥기금을 관리하고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전신이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그 중 현재 극장운영부와 무대기술부가 관리, 운영 하고 있는 아르코예술극장은 1981년 개관이래 공공기관으로서 공연예술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예술가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연극계의 원로분이 돌아가셨는데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 노제를 지내는 광경을 몇 번 보게 되었습니다. 제를 마치고 영정사진과 함께 장례행렬이 이동하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를 밟아 돌면서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텅 빈 무대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엄청 화려한 대형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연극 및 무용 페스티벌들이 아르코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은 예술가들의 삶 속에 놀이터 같은 공간이고 만남의 공간이며 순환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13년정도 근무하다보니 우리기관에서 예전에 인큐베이팅했던 예술가가 메인 안무가가 되어 오기도 하고, 음향 플레이백 하던 조연출이 본인 작품을 가지고 연출가로 다시 방문해서 만나기도 합니다.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공간을 유지, 보수하고 개선하여 계속 아르코 무대에 서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작품에도 참여하며 나름대로 아르코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허선영: 우리 공연장의 가장 큰 특징은 스태프들이 공연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점이 제가 아르코에서 일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었습니다. 기획공연뿐만 아니라 대관공연에도 협의를 통해 공연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몇 년간 지원율 통계를 보면 우리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중 50% 이상의 공연에서 오퍼레이팅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참여방식이 몸에 배어 있는 아르코 스태프들은 공연단체를 외부인이 아닌 공연을 함께하는 동료로서 대하며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선배님들의 마음가짐을 저희 후배들도 이어받아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김종현: 2023년은 기관설립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문예회관으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관의 방향성과 색깔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많은 선배님들이 계십니다. 지금의 아르코를 만들고, 지키고 있는 선·후배님들이 저의 자랑이고 보배입니다.

남영모: 아르코예술극장은 대학로에 중심이 되고 있으며, 그 특유의 색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과 감독님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정하윤: 음향팀!!! ^^

아르코예술극장 전경

색다른 기획공연이나 추진하고 있는 공연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김경남: 사실 직접적인 기획공연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대관 공연에도 기획공연처럼 작품의 연습부터 참여해서 공연단체와 한 팀으로 함께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음향시스템 구성이나 설치, 공연 오퍼레이팅 등을 직접 진행하는 공연을 많이 있습니다.

대학로 중심의 공연장답게 여전히 연극과 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적인 공연이 시도되고 있지만, 요즘 공연기획 파트와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부분은 공연예술계의 트랜드 중 하나인 배리어프리 공연입니다. 다른 공연장에서도 이미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애인의 공연예술 향유와 공연접근성 향상 등 극장과 예술현장 상호 간 협력을 통해 공공극장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경계 없는 공연문화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음향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FM송․수신기를 이용한 음성해설이나 자막, 청각장애인을 위한 우퍼조끼 등을 사용하여 공연에 적용해 보면서 효율적인 배리어프리 공연시스템의 구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종현: 봄 작가, 겨울 무대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봄 작가, 겨울 무대는 매년 신춘문예 희곡 분야 당선작을 대상으로 신작 장막 희곡 집필과 무대화 과정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역량있는 신진 작가들의 지원과 성장에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생각하고 기관의 가치관을 공연장을 통해 실현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선정된 모든 작품의 무대화에 무대기술부 인력이 처음부터 참여하여 좋은 경험을 쌓고 성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로 중심에 있는 공연장으로서 많은 예술인들이 다양한 분야의 공연과 시도하지 않았던 이색적인 공연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 현장에 함께 있다 보면 기분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김경남: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예술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공연예술단체와 기술지원을 통해 함께 작업도 하지만 저 역시 동시에 관객이 됩니다. 저는 공연 오퍼레이팅을 하면서 작품을 몇 번을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과연 관객들은 공연관람 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가셨는지 궁금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관객의 뒷모습만 보면서 공연을 하다가 공연이 끝난 후 객석 라이트가 들어와서 퇴장하는 관객의 표정을 보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연예술의 테마들, 예를 들면 젠더이슈나 기후위기, 정치, 사회문제나 인간사회의 갈등 등 예술가들이 고민하고 얘기하고 싶은 주제들이 저마다 장르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실연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공연예술만이 가지는 현전성으로 인해 같은 작품을 매번 다른 호흡의 공연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이 직업의 특혜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공짜로…!!! ^^

김종현: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창작자분들은 정말 많은 고민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시도를 하는데 과연 저는 그만큼 노력했는지, 그 시도를 구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요.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창작자와 외부 스태프들을 통해 많이 도전받고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이 즐겁기도 하고요.

남영모: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곳이다보니 이색적인 공연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일했던 곳들과는 방향성이 달라서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정하윤: 네 맞습니다. 문화예술의 역할이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FOH 전경

공연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진행했던 공연 중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경남: 저희 공연장은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은 한 블럭 거리에 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극장간 장비 이동을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길거리에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에 이동하지만 공연준비를 하다가 마이크처럼 부피가 작은 장비가 아닌, 스피커들을 거리에 인파를 뚫고 이동할 때는 난감합니다. 대형마트에서 사용하는 쇼핑카트에 실어서 나르는 경우도 있고요.^^ 장비가 여유로워서 극장 간 이동을 안했으면 좋겠지만, 4개 극장의 작품을 동시에 올리면서 공연단체가 요청하거나, 음향디자인 시 적절하게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허선영: 웃지 못 할 에피소드… 예전에 PM5D를 쓸 때였는데, 콘솔위에 노트북 쿨러를 올려놓았다가 뮤트 버튼이 한꺼번에 눌려 오프닝 음악이 나가지 않았고, 몇 초간을 암전상태에서 멘붕이 왔었어요. 그땐 정말 쥐구멍에 숨고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 절대로 콘솔위에 무엇도 두지 않아요. 그 무엇도…

남영모: 늘 예상치 못한 사고들이 있습니다. 갑자기 콘솔에 문제가 생긴다던가, 디지털 에러가 생기는 경우 혹은 순간 정전과 같은 사고도 있었습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점검하고 작업시작 전 미리 장비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진행할 때마다 이런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정하윤: 저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더라고요. 하나를 꼽기가 힘들지만, 표현해내기 쉽지 않은 추상적인 소리를 만들어 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음향 관련 직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경남: 요즘에는 제가 무작정 음향 렌탈 컴퍼니에 입사해서 배울 때 보다 많은 음향전문교육기관들이 생겼고, 전문서적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OTT 컨텐츠나 SNS를 통한 커뮤니티도 많아져서 좋은 팁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라이브 음향이나 레코딩 스튜디오, 포스트프로덕션, 공연장 등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음악을 많이 접해서 듣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청력도 중요하지만 듣는 훈련을 통한 엔지니어만의 청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감퇴 하겠지만, 소리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스스로 인지하고 본인만의 생체 소프트웨어가 작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음향은 주관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고, 미묘한 차이의 뉘앙스를 형용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먼저 내가 사용하는 장비를 정확히 알고 대처 방법을 모색하거나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시스템매뉴얼이 최고의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편식 하지 말고, 다양하게 듣고 시스템 매뉴얼 공부하세요!!!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시작 하는게 좋습니다.(그래야 적성에 안 맞으면 빨리 다른 직업으로…^^)

허선영: 기대가 크다면 실망도 클 것이고, 노력한 만큼 성과로 보여지거나 박수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직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겁니다. 다 마음먹기 나름 아닐까요^^

김종현: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간직해 나가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업에 뛰어들면 여러 이유로 힘들고 버거울 때가 많고, 그럴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거든요. 처음의 마음을 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고, 어려움과 힘듦조차 감사할 이유가 되거든요. 마음껏 꿈꾸고 가능한 많이 도전하고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은 막막하고 두려운 시간들이 있겠지만 그 시간은 지나보면 정말 짧거든요. 화이팅입니다!

남영모: 음향에서도 많은 영역이 있고,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현재 지향하는 것을 더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져 접목한다면 더욱 좋은 음향 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많이 듣고, 넓게 보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무대음향협회가 앞으로 회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김경남: 협회를 통해 좋은 공연 관람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공연장 안전관리 및 음향 작업 시 안전에 관한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허선영: 코로나로 직접적인 교류의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함께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격증시험 관련하여 과년도 기출문제 풀이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3급 필기를 준비하는 예비 음향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종현: 저는 들어야 하는 입장(집행부)이라서.. 열심히 듣겠습니다!

남영모: 무대음향 외에도 여러 음향 분야에서 이머시브에 관련된 컨텐츠가 생겨나고 있고, 게임 엔진과도 같은 다른 분야라 생각한 것과 접목된 컨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서 단순히 기술적인 소개를 넘어 더 실용적인 세미나를 부탁드립니다.

정하윤: 신입회원이라 회원들을 위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대학생 때 제가 음향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음향 관련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이든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제공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경남: 건립한지 40년이 넘은 아르코예술극장은 그동안 공연장 가동을 위한 현안별 부분적인 유지, 관리와 소소한 장비구입에 예산이 투입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서서히 건물노후화로 인한 건축적인 부분과 층간소음 및 장애인 접근성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미래의 극장으로 가기 위한 대대적인 구상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후 극장 리모델링 등 시스템 개선의 기회가 된다면, 음향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리서치해서 극장 리뉴얼 및 음향시스템에 관한 현실적인 제안을 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허선영: 정년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가능하겠죠? 그리고 차츰 정년 이후의 준비를 해나가는 게 계획입니다.

김종현: 거창한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음향팀 내에서 제가 해내야 될 몫을 잘 해내는게 당장의 목표에요. 제가 딱 중간이라 선배님들을 잘 돕고, 후배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제가 잘 해야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무너지지 않고 대를 이어 유지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영모: 열심히 해서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정하윤: 지금은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동수 음향감독 정년퇴임 기념 사진전 초대장
김동수 음향감독 퇴임식
김동수음향감독 마지막공연과 정년퇴임을 축하하려고
모인 아르코 출신 감독들과 현직감독들
좌측부터 박종관 위원장과 김동수 음향감독
김동수 음향감독 퇴임식
마지막자리를 함께한 김동수음향감독과 아르코 음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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