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을 줄 안다.

직장 생활 대부분의 기간을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않고 정시퇴근 해보지 못했고 전철이나 버스 막차를 타고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고 주말에 가족과 보낸 시간이 얼마나 있었던가? 가물가물 그 동안 참 바쁘게 정신없이 앞만 보고 앞뒤 좌우 살펴볼 여유가 없이 일만하면서 달려왔고 이제는 하루하루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가는 인생2막을 위해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데 한 발자국도 못 내딛고 있다.

일관 관련된 것들에서 만큼은 매일 매일 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일이 최우선이었으니 제 나이에 그 시대에 경험하고 해야 할 것들을’마음에 여유가 없다’, ‘바빠서 시간이 없다’, ‘다음에 하자’ 오늘보다 내일을 위해 근검절약을 해야 한다. 하며 친구들과 지인들과 어울려 경험하고 공유해야 할 것들을 못했으니 그들과의 추억도 별로 없고 이제와 서로 만나 술잔 기울이며 추억을 되새김질할 때 끼어들지 못하고 그저 웃기만 할뿐 가슴속 깊이 쓸쓸함만이 밀려온다.

가족들을 위해 나를 희생하며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고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지만 실상은 나만을 위한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자기만족을 위해 살아온 시간인 것 같다.

그렇게 저렇게 바쁘게 살아온 시간 동안 가족들에게도 살뜰하지 못했으면서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으니 이제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라는 마누라의 충고도 우리세대 대부분이 그렇듯 한눈 안 팔고 가장으로서 열심히 일해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살면 가장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가족여행 한번 가지 않고, 봄이 오면 꽃구경가자는 것도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안가며 마누라에게 인색하게 굴고 가족들에게 다정다감하지 못한 세월을 보내고 나서 이제야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며 바꾸려하니 너무너무 어렵고 어색하여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벌써 환갑이 지나고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르는데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인지

행복이란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근본적인 고민 속에 밤잠을 설치고 내가 이정도 밖에 안 되는 놈이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드는 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그래서 술 한 잔 마시며 얘기할 기회가 오면 지금 하고 싶은 일들 친구들과 경험하고 해야 할 일들 유행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것이라면 모든 것들을 다해보라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할 수 없다고 어쭙잖은 조언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고 마누라에게도 다정다감하고 원하는 것들을 해주려하지만 살아온 오랜 시간 습관과 어색함에 마음대로 되지 않고 마누라도 이제는 콩깍지가 벗겨졌다고 큰소리치고 때로는 눈치를 밥 말아먹어 역효과도 불러와 서먹서먹하게 하루를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내가 타임머신이 있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친구와 동료들과 자주 어울려 술도 한 잔하고 여행도하고 잡기놀이도 하고 등등 그 시대에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다하여 시간이 흐른 뒤에 추억을 얘기하며 어울리고 싶고, 마누라와 자식들에게도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고 캠핑도하고 때 되면 꽃구경도하고 자식들이 성장하는 과정 과정마다 많은 추억을 안겨주고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의 나이가 되어 있을 때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과 지난 시간들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 가득한 정겨운 시간들을 갖고 싶다.

물론 주변 사람에게 욕먹지 않고 피해가 가지 않도록 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것은 기본적으로 완벽하게 해놓고…….

인간은 후회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때가 되어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껄 껄 껄 거리며 후회 한다고 하지 않던가? 길지 않은 내 인생이지만 뒤돌아보면 내 생각에는 껄 껄 껄 거릴 정도는 아니고 아쉽다.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오늘도 30이 넘은 자식들이 하루라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입안이 가시가 돋치는지 게임 상대와 떠들어 대며 낄낄거리며 쉬는 날이면 밤을 새는 것을 보면서 오늘도 슬그머니 잠자리에 든다.


박 임 서 (사)무대음향협회 고문위원

전) (사)무대예술전문인협회 사무국장
전) (사)무대음향협회 이사장
전) 세종문화회관 무대기술팀장
전) 무대예술전문인 자격검정위원회 위원장
공연장 무대안전진단 기술평가위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