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연장, 다른 홀처럼 들리게 할 수 있을까 – 공간 재현 시스템 구축기

공연장에서 듣는 소리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 공간의 잔향, 반사음, 소리가 객석으로 퍼지는 방식이 더해져서 최종적인 인상이 만들어진다. 같은 음악이라도 잔향이 짧은 소극장에서 들을 때와 큰 클래식홀에서 들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다른 이유다. 학교에서 라이브 공연을 만들면서 나는 한 가지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지금 공연하고 있는 이 공간을, 다른 공연장처럼 조금 더 비슷하게 느껴지게 만들 수는 없을까?” 이 글은 그 궁금증 하나로 시작해서, 여름방학 동안 자취방에서 실험을 반복하다가 결국 실제 공연 무대까지 올라간 이야기다.

공연장에서 컨볼루션 리버브 적용

음악에서 리버브는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 중 컨볼루션 리버브는 실제 공간에서 소리가 어떻게 울리는지를 측정한 데이터, 즉 IR(Impulse Response)을 입히는 방식이라, 알고리즘 리버브와는 사실감이 다르다1.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보컬 소스에 실제 콘서트홀에서 캡처한 IR을 컨볼루션하면, 보컬이 그 콘서트홀에서 노래한 것처럼 들린다.

이걸 공연장 전체에 적용한 대표적인 시스템 중 하나는 Yamaha의 AFC Enhance다. 가변잔향 시스템으로, 잔향이 짧은 다목적홀에 잔향이 긴 클래식홀의 울림을 입혀서, 마치 실제 큰 콘서트홀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시스템이다2. 이 시스템이 궁금해서 설치되어 있는 허브교회, 서초문화예술회관, KAIST AIRIS Lab을 직접 찾아가 들어보기도 했다.

1) H. Kuttruff, Room Acoustics, 6th ed., CRC Press, 2016.

2) Yamaha Corporation, “AFC (Active Field Control) Enhance,” Yamaha Pro Audio, https://www.yamahaproaudio.com

여러 공연장에서 컨볼루션 리버브를 적용해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하나 생겼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쉬운 예시를 들자면, 작은 소극장에서 ‘카네기홀’ IR을 컨볼루션했을 때와 큰 대극장에서 같은 ‘카네기홀’ IR을 컨볼루션했을 때, 둘 다 같은 카네기홀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카네기홀의IR을 컨볼루션한 소리가 결국 지금 내가 서 있는 공연장을 한 번 더 거쳐서 귀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목표로 한 홀의 잔향 위에, 현재 공간의 잔향이 겹쳐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공간의 소리 특성을 미리 분석해두고, 목표로 하는 홀과의 ‘차이’만큼만 메워주는 IR을 따로 만들어서 걸면 어떨까. 나는 이 차이를 메워주는 필터를 ‘보정 IR’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여기서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림 1. 공간별 IR 차이와 보정 IR의 원리

자취방 원룸에서 보낸 여름방학

거창한 장비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여름방학부터 약 3개월 동안 자취방 원룸에 스피커와 마이크를 놓고 작은 실험 환경을 만들었다. 보정 IR을 만드는 코드는 Python으로 구성했는데, LLM의 도움을 받아가며 두 공간의 IR을 비교 분석하고 그 차이를 계산하는 스크립트를 조금씩 완성해 나갔다. 잔향이 긴 홀의 IR을 그대로 입힌 소리와, 잔향이 짧은 홀에 내가 만든 보정 IR을 더해 입힌 소리를 수치로 판단하고, 결과를 들으며 “비슷해졌나? 아직인가?”를 수없이 반복했던 여름이었다.


그림 2. 실험실이 되어준 자취방 원룸. 작은 환경에서 먼저 검증하고 실제 공연 시스템으로 키워나갔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목표 홀의 울림을 지금 홀의 울림으로 나누면, 이론적으로는 두 공간의 차이만 남는다. 다만 실제 측정 데이터에는 잡음이나 측정 오차가 섞여 있어서, 곧이곧대로 나눗셈을 하면 특정 음역대가 과하게 튀거나 ‘삐’ 하는 링잉이 생긴다. 그래서 과한 증폭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걸어가며 계산하도록 만들었다3.

3) O. Kirkeby and P. A. Nelson, “Digital Filter Design for Inversion Problems in Sound Reproduction,” Journal of the Audio Engineering Society, vol. 47, no. 7/8, pp. 583–595, 1999; J. N. Mourjopoulos, “Digital Equalization of Room Acoustics,” Journal of the Audio Engineering Society, vol. 42, no. 11, pp. 884–900, 1994.

만들다 보니 한계도 분명했다. 잔향의 성격이 크게 다른 두 공간은, 잔향 전체를 계산으로 맞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욕심을 줄였다. 공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초기 반사음 구간(소리가 도착하고 약 40ms까지)만 보정 IR로 꼼꼼하게 다듬고, 그 뒤에 길게 이어지는 잔향 꼬리는 목표 홀 IR의 꼬리 부분을 컨볼루션 리버브로 자연스럽게 덧입히는 방식이다4. 앞부분은 계산으로, 뒷부분은 목표 홀의 실제 울림으로 채우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구조인 셈이다. 전부를 억지로 맞추기보다, 실제 공연에서 사고 없이 적용할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동아방송대 지성관 콘서트홀을 영국의 클래식홀로

이 시스템이 실제로 오른 무대는 화요콘서트 시즌16의 2주차 공연이다. 우리 학교 지성관 콘서트홀은 라이브밴드 공연에 맞춰진 약 200석 규모의 홀로, 직접 측정해보니 잔향이 0.39초 정도로 꽤 짧은 편이다5. 목표로 삼은 공간은 영국 University of York의 Jack Lyons Concert Hall. 비슷한 규모의 홀 중에 IR 데이터가 공개된 곳을 찾다가 정했는데, 약 350석 규모의 클래식 콘서트홀로 잔향이 1.89초나 된다6. 한마디로, 잔향이 짧고 드라이한 밴드홀에서 울림이 풍성한 클래식홀의 느낌을 내보자는 도전이었다.

그림 3(a). 현재 공간 — 지성관 콘서트홀 
(잔향 약 0.39초)
그림 3(b). 목표 공간 — Jack Lyons Concert Hall 
(잔향 약 1.89초)

“Digital Equalization of Room Acoustics,” Journal of the Audio Engineering Society, vol. 42, no. 11, pp. 884–900, 1994.

4) H. Kuttruff, Room Acoustics, 6th ed., CRC Press, 2016; M. Barron, Auditorium Acoustics and Architectural Design, 2nd ed., Spon Press, 2010.

5) ISO 3382-1, Acoustics — Measurement of Room Acoustic Parameters — Part 1: Performance Spaces,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2009.

6) University of York AudioLab, “Jack Lyons Concert Hall (University of York),” OpenAIR: Open Acoustic Impulse Response Library, https://www.openair.hosted.york.ac.uk (accessed Sep. 2025). Creative Commons 라이선스에 따라 사용.

객석 좌·우·후면에 두 대씩, 총 여섯 대의 스피커를 둘러 배치했다. 교내 장비 사정으로 전부 같은 모델로 맞추지는 못해서 좌우 네 대는 d&b MAX, 후면 두 대는 Behringer B112를 썼고, 메인은 Turbosound IQ12와 IQ18이었다. 배치는 미리 시뮬레이션으로 그려보며 정했고, 4열 중앙 객석을 기준점 삼아 스피커들끼리 레벨, 주파수 응답, 위상 응답이 맞도록 얼라인먼트와 튜닝을 마친 뒤 리허설에 들어갔다.

그림 4. 사전에 시뮬레이션으로 설계한 서라운드 스피커 배치.

시스템 구상 및 설계

측정 단계에서 신경 쓴 포인트가 있다. 실제 공연 환경에서는 ‘무대 위 마이크 수음 → 서라운드 스피커 재생’ 과정 중에 이미 우리 공연장의 공간 특성이 고스란히 포함된다. 따라서 무대 상부에 RØDE NT5 마이크 한 쌍을 AB 방식으로 매달고, 여섯 대의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하나씩 테스트 신호를 틀어 스피커별 경로를 전부 따로 측정했다7. 스피커마다 위치도 모델도 다르니, 여섯 개 채널 각각에 맞는 보정 IR을 하나씩 개별 제작한 것이다.

7) A. Farina, “Simultaneous Measurement of Impulse Response and Distortion with a Swept-Sine Technique,” Audio Engineering Society Convention 108, preprint 5093, Paris, France, 2000.


그림 5. 무대 상부에 AB 방식으로 리깅한 RØDE NT5 마이크 페어. 이 마이크가 시스템의 인풋 신호가 된다.

측정한 IR들을 Python 스크립트에 넣으면, 두 IR의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고, 125Hz–4kHz 대역을 중심으로 차이를 계산한 뒤, 과한 부스트가 생기지 않게 다듬어서 채널별 보정 IR을 wav 파일로 생성한다8. 스크립트 마지막에는 보정 결과가 목표 홀과 얼마나 비슷해졌는지 수치로 리포트해주는 기능도 넣었다.

8) C. H. Knapp and G. C. Carter, “The Generalized Correlation Method for Estimation of Time Delay,” IEEE Transactions on Acoustics, Speech, and Signal Processing, vol. 24, no. 4, pp. 320–327, 1976.

Max/MSP를 이용해 공연에 실시간으로 적용하기

이렇게 만든 보정 IR을 공연에서 실시간으로 돌리기 위해 Max/MSP로 전용 프로세서를 만들었다9. 무대 위 AB 마이크로 들어온 소리가 여섯 개 채널로 나뉘고, 각 채널마다 해당 스피커용 보정 IR이 실시간으로 컨볼루션된 뒤 서라운드 스피커로 나간다. 목표 홀의 리버브 테일은 Convology XT라는 컨볼루션 리버브 플러그인으로 따로 얹었다10. 공연에서는 메인 스피커에는 드라이 소스로 평소처럼 공연의 중심을 잡아주고, 서라운드 시스템이 그 주변을 목표 홀의 울림으로 은은하게 감싸주는 역할을 했다.


그림 6. 직접 디자인한 Max/MSP 패치. 
채널별 보정 IR 컨볼루션과 리버브 테일 처리, 서라운드 라우팅이 들어있다.

그림 7. 공연 리허설 중 FOH에서 바라본 무대 사진

9) Cycling ’74, Max/MSP [Computer software], https://cycling74.com

10) Impulse Record / Wave Arts, Convology XT [Computer software], https://impulserecord.com

정말 비슷해졌을까

공연 전에 보정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평가 지표는 명확히 정했다. 현재 시스템 경로 IR에 보정 IR을 적용한 결과를 목표 홀 IR과 시간 정렬한 뒤, 공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초기반사음 구간(0–40ms)만 잘라내어, 보정 대역인 125Hz–4kHz에서 두 응답의 평균 스펙트럼 오차(dB)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오차가 작을수록 목표 홀의 초기 응답에 가까워졌다는 뜻이 된다.

결과는 아래 표 1과 같다. 여섯 개 서라운드 채널 모두에서 보정 후 오차가 감소했고, 전 채널 평균은 2.69dB에서 2.24dB로 줄었다. 특히 SRC 채널(3.17→2.17dB)과 SLF 채널(2.27→1.47dB)에서 개선이 뚜렷했다. 보정 IR 생성 시 과도한 부스트를 막기 위해 게인 제한 등의 안전장치를 걸어둔 보수적인 설계임을 감안하면, 의도한 방향대로 동작한 결과다.

채널보정 전 오차 (dB)보정 후 오차(dB)변화
SLF2.271.47-0.81
SRF2.672.35-0.32
SLC3.302.93-0.37
SRC3.172.17-1.00
SLB2.402.32-0.08
SRB2.332.22-0.11
평균2.692.24-0.45

표 1. 채널별 목표 홀 대비 평균 스펙트럼 오차 (초기반사음 0–40ms 구간, 125Hz–4kHz).

물론 이 검증은 정해진 측정 위치와 시간 구간에서의 정량적 비교이지, “전 객석에서 Jack Lyons Hall과 음향 특성이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청감 특성에 대한 설문이나 샘플 청취 같은 정성적 평가는 이번에는 진행하지 못했고, 추후 보완 연구로 이어갈 계획이다. 그래도 실제 공연에 적용해보니, 기존 리버브와는 확실히 결이 다른 사실적인 새로운 공간감이 만들어졌다. 이 시스템이 오른 무대는 어두운 조명 아래 그랜드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남녀 듀엣이 함께한 잔잔한 무대였는데, 드라이한 밴드홀 안에서 클래식홀 같은 울림이 객석을 감싸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그림 8. 보정 IR 적용에 따른 목표 홀 응답 오차 비교.

그림 9. 현장에서 보정 IR을 생성하고 있는 모습.

남은 숙제

솔직히 아직 완성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보정할 수 있는 건 주로 초기 반사음 구간이고, 실제 공연장에서는 피드백이나 레이턴시, 스피커 출력의 한계, 관객이 들어오면서 달라지는 흡음, 측정 위치에 따른 차이 같은 변수들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 앞서 언급한 정성적 평가와 함께, 보정 없음·목표 IR 직접 적용·제안 방식을 나란히 비교하는 정량 실험도 추후 보완 연구로 진행할 계획이다11.

돌이켜보면 이 프로젝트는 리버브를 ‘새로운 이펙트 하나 거는 일’이 아니라, 다른 공간의 울림을 측정하고 분석해서 지금 공간에 옮겨 심는 일로 접근해본 시도였다. 현장에서 문득 떠오른 궁금증 하나가 자취방 실험을 거쳐 실제 객석 위의 소리로 바뀌는 과정은 즐거웠다. 이 기록이 비슷한 아쉬움을 느껴보신 분들께 즐거운 상상거리가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이 시스템을 통해 세계 어느 공연장이든 그 울림을 현재 공간으로 재현해 내는 미래 기술로 발전시켜 보고자 한다.

참고 문헌 및 자료출처

[1] A. Farina, “Simultaneous Measurement of Impulse Response and Distortion with a Swept-Sine Technique,” Audio Engineering Society Convention 108, preprint 5093, Paris, France, 2000.

[2] H. Kuttruff, Room Acoustics, 6th ed., CRC Press, 2016.

[3] M. Barron, Auditorium Acoustics and Architectural Design, 2nd ed., Spon Press, 2010.

[4] C. H. Knapp and G. C. Carter, “The Generalized Correlation Method for Estimation of Time Delay,” IEEE Transactions on Acoustics, Speech, and Signal Processing, vol. 24, no. 4, pp. 320–327, 1976.

[5] O. Kirkeby and P. A. Nelson, “Digital Filter Design for Inversion Problems in Sound Reproduction,” Journal of the Audio Engineering Society, vol. 47, no. 7/8, pp. 583–595, 1999.

[6] J. N. Mourjopoulos, “Digital Equalization of Room Acoustics,” Journal of the Audio Engineering Society, vol. 42, no. 11, pp. 884–900, 1994.

[7] ISO 3382-1, Acoustics — Measurement of Room Acoustic Parameters — Part 1: Performance Spaces,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2009.

[8] University of York AudioLab, “Jack Lyons Concert Hall (University of York),” OpenAIR: Open Acoustic Impulse Response Library, https://www.openair.hosted.york.ac.uk (accessed Sep. 2025). Creative Commons 라이선스에 따라 사용.

[9] Cycling ’74, Max/MSP [Computer software], https://cycling74.com

[10] Impulse Record / Wave Arts, Convology XT [Computer software], https://impulserecord.com

[11] Yamaha Corporation, “AFC (Active Field Control) Enhance,” Yamaha Pro Audio, https://www.yamahaproaudio.com

공연 적용 영상



유 태 빈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음향제작학과

소리를 통해 감정과 공감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파고드는 일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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