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자본주의는 산업사회를 튼튼히 키우는 역할을 해 왔다. 인간에게 산업사회가 가져다 준 풍요로움은 삶의 절대적인 가치가 되어버린 반면 풍요로움의 반작용으로 드리운 그림자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로 회자된다. 간략하게 요약해서 짚어본다면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재화로 치환하기 위하여 대중들에게 소비를 조장하고 대중들의 소비로 발생한 재화는 더 큰 잉여가치를 생산하게 된다. 이 재생산된 가치들은 시장이 소비하기에는 필요이상으로 과도하다. 그러면 자본가 또는 종속된 사회 지도자들이 나서서 대중들에게 소비가 미덕이라는 논리로 대중들을 세뇌시켜 소비를 조장하고, 세뇌된 대중들은 소비가 마치 행복의 최상 조건인양 삶의 절대가치로 착각하게 된다. 결국 세상은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되는데, 문제는 그 고리가 순환하면서 점진적으로 커져서 세상의 모든 자원을 고갈시키고 인류는 죄 사함을 받을 수 없는 사망의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 들어서 산업사회가 싸놓은 배설물로 파괴되는 환경을 살려보고자 하는 일환으로 그동안 주력 발전이었던 원자력 발전을 지양하고 친환경 발전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폐기된 월성1호기는 경제적 가치를 무시했다고 하고, 산비탈을 깎아 설치한 많은 태양광 패널이 자연재해의 주범이라 하여 이런저런 잡음도 있지만 이제라도 위정자들이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환경운동은 격렬한 모순을 품고 있다. 환경파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크기만큼 매력 있는 투자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원유 유출사건, 미세먼지 등등 사례를 굳이 들춰 낼 필요도 없다. 이런 사례들이 환경을 파괴하고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파괴는 멈추질 않는다. 원자력을 사용한 발전은 치명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포기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원자력발전소를 줄여나가겠다고 공약하였지만 한국전력은 해외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수주하고, 친환경적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하겠다고 수림을 제거하고 태양광 패널들을 설치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환경위기’를 먹고사는 자본들이 환경파괴에 일조를 하는 반 생태적 활동을 조장하거나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떤 학자는 시간이 10~15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노자의 도덕경 제 59장에 보면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治人事天 莫若嗇.
夫唯嗇, 是謂早服.
早服謂之重積德.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데 아끼는 것처럼 좋은 것은 없다.
대저 모든 것을 아낄 줄 알면 모든 것이 일찍 회복되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노자가 옳았다」, 395p)
노자 철학의 요점은 ‘무위(無爲)’이다. 무엇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피치 못하게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최소한으로 할수록 원상태로 회복이 빨리 이루어져서 자연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옛 성현의 말씀이 오늘날에도 새겨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들어 시민사회 단체들이 ‘자연을 보호하자’라고 열심히 구호를 외치고 있다. 때로는 실력행사도 하고 사회 고발도 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 투고도 한다. 텔레비전을 봐도 인터넷을 봐도 늘 시끌시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보호되고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자정 능력이 있다. 모두가 조금씩 아껴서 자연에게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추구하거나 소망하는 삶의 풍요로움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너무 문명의 이기에 잠식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인간 본질의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때이다.
절약합시다! 
박 영 철
GS칼텍스 예울마루 극장운영팀장
전) (사)무대음향협회 제4회 회장 역임
전) LG아트센터 총괄국장
전) 서울예술의전당 음향감독
전) 세종문화회관 음향감독
저서: 무대음향개론, 무대음향설비,공연장건축설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