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5년

지난주 주말 뮤지컬 캣츠 공연을 진행했다. 3월 17~19일 5회 공연을 하고 경주에서 인천으로 휘리릭 떠나갔다. 공연장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뮤지컬을 참 많이도 진행했지만 ‘오리지널 공연’이란 타이틀을 달고 오는 공연은 몇 되지 않는데 유독 캣츠는 여러 이유로 늘 상념에 빠지게 한다. 15년 전, 그러니까 2008년 대구시민회관(현, 대구콘서트하우스) 시절 약 15일간 장기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최신 시설을 갖춘 계명아트센터와 경쟁했지만,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아서 우리 공연장에서 공연하게 되었다.

당시 대구시민회관은 30년이 훨씬 넘은데다가 낡고 오래되어 그리드 구조도 약하고, 분장실 온수도 시원찮고, 배우들 연습실도 없었고, 심지어 수동 배튼에 웨이트 타입 등등 단점이 한 가득이었다.(심지어 공연장 직원들 반응도 시큰둥했다..) 열정적이던 기획 담당에게 제일 먼저 꼬임(?)을 당하고 직원들을 한 분 한 분 설득해서 투어 계획을 들은 뒤 약6개월 후에 드디어 공연하게 되었다.

공연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서둘러 포인트 스피커 어레이를 추가로 공사하면서 메인 조명 트러스를 달게 되었다. 또한 분장실에 전기온수기를 별도로 공사해서 샤워를 가능하게 하고, 탁구장을 싹 정리해서 연습실을 만들었다. 매일 밤늦게까지 30년 묵은 먼지를 닦고 다니고 방향제 뿌리고쥐 잡느라 며칠을 고생했다.(요즘에도 쥐 잡는 공연장이 있으려나?) 그 결과 캣츠 공연 최초로 전 출연진과 제작진이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어 그 열정에 고마워 액자로 선물 받기도 했다.

15년이 흘렀다. 지난 3월 기획 공연으로 뮤지컬 캣츠를 경주에서 다시 만났다. 김기영 감독이 디자인하고, 서울음향에서 장비를 설치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멍하니 상념에 잠겼다. “공연은 변한 게 없는데 시간과 사람만 바뀌어 가고 있구나 그리고 내 열정도 약간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영상, 인터컴, 카메라, 모니터, 그린룸, 연습실, 모든 게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여건에서 즐겁게 공연하고 있는데 내 마음은 왜 이리도 허전할까? 가족에게 티켓을 끊어주면서 또 한 번 고민해 본다. “아! 비싸네….이번 달은 내 지갑까지도 허전하겠군.”
언제 또 캣츠가 돌아올까?


박 임 서

(사)무대음향협회 대경지부장
경주예술의전당 음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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