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음악공연 시장은 거대하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내셔널 & 월드투어 공연이 곳곳에서 이루 어지고, 매년 800여 개의 뮤직 페스티벌이 미국 전역에서 열린다. 이번에 참여하게 된 Blue Ridge Rock Festival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Rock Music festival로(가장 큰 Rock Music Festival은 Louder Than Life Festival로 매년 9월 켄터키에서 열린다), 장소는 Virginia International Raceway, 총 5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었고, 186개의 밴드가 참여했으며, 약 15만여 명의 관객들이 참석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2018년부터 일해오던 회사(Loud and Clear)에서 4개의 스테이지 음향과 조명, 그리고 비디오를 담당하게 되었고, 나는 그 중 하나인 Fan Driven 스테이지에서 FOH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Covid-19 이후로 너무 오랜만에 하게 되는 뮤직 페스티벌이었고, 페스 티벌의 규모가 상당히 커서 조금은 부담스럽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공연이 시작되고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시스템의 셋업은 이틀 동안 이루어졌고, 우리가 공연 장소 에 도착했을 때 무대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미국의 무대 인력 공급 시스템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보통 무대, 조명, 음향 등 각 회사나 공연장에서 필요한 무대 인력을 직접 고용하여 일을 하지만, 미국은 유니온(Union) 제도에 의해, 공연을 하게 되는 지역에 등록된 무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보통 유니온에 등록된 무대 인력들은 무대, 조명, 음향 등의 무대 전반적인 일을 모두 할 수 있지만, 한 분야에 특화되거나전문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력들을 현장에서 빠르게 교육시키고, 안전하게 일하게 만드는 것은 음향엔지니어가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특히 콘서트나 뮤지컬 등의 투어를 하게 된다면 매일 유니온 무대 인력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구체적인 미국의 유니온(Union) 제도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른 글을 통해 다룰 예정이다.


시스템 셋업 기간 동안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는데, 무대를 설치하는 회사가 셋업 첫날 오후부터 둘째 날 오전까지 모든 무대들의 Roof를 올리지 않아서 스피커를 리깅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최측으로부터 약속된 금액이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올해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 구성은 두 개의 스테이지 (Monster 스테이지 & ZYN 스테이지)가 나란히 배치되었고, 하나의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는 동안 다른 스테이지는 공연을 준비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두 무대의 PA(메인 스피커) 시스템은 항상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무대의 공연 중 메인 스피커를 통한 사운드 체크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헤드라이너(Headliner)를 제외한 나머지 밴드들은 매우 제한적인 사운드 체크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스트벌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밴드 들은 투어 중인 경우가 많고, 그들의 사운드는 이미 완성되어있기 때문에 보통 공연을 시작하고 한두 곡을 연주하고 나면 안정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나머지 두 개의 스테이지는 모두 개별적으로 운용되었다.


뮤직 페스티벌을 많이 하는 미국의 음향 회사들은 보통 자신들이 운용하는 콘솔에 대한 기본 셋팅(Festival Preset)을 가지고 있다. 밴드가 콘솔을 직접 가져오거나, 페스티벌 음향 회사에서 사용되는 콘솔의 Show File을 가져와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Preset을 이용해 빠르게 인풋과 아웃풋 패치, 그리고 사운드 체크를 진행한다. 내 USB에도 이번에 일하게 된 음향 회사가 제공한 Avid S6L과 Profile, 그리고 Midas M32 콘솔의 FOH & Monitor show file preset이 저장되어 있고, 이곳과 일할 때는 모든 FOH와 Monitor 엔지니어가 같은 Show file을 사용하게 된다.
Fan Driven 스테이지에서 FOH 엔지니어로 일하며 4일 동안 40여 팀의 밴드를 만날 수 있었다. 보통 하루에 3~4팀 정도의 밴드를 믹스하고, 6~7명 정도의 게스트 엔지니어를 서포트 하는역할을 하였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페스티벌의 FOH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면 여러가지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같은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여러 FOH 엔지니어로부터 완전 히 다른 컨셉 의 믹싱을 들을 수 있고, 그들이 FOH 시스템을 구성하고 운용하는 여러가지 다른 아이디어와 방식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또한 다른 밴드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음압을 유지하면서도 타이트하고, 관객을 압도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비싸지 않은 장비로 훌륭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몇몇 엔지니어들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기도 했다.


FOH 믹싱 외에도 시스템 엔지니어로서, 게스트 엔지니어로부터 스피커 시스템을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 페스티벌 기간 중 FOH 에서의 평균 음압은 105~110dB SPL C 정도였고, Peak SPL은 115dB SPL C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음압 제한이 없는 미국 야외 공연장의 락앤롤 공연에서 시스템 엔지니어 역할을 하는 것은 즐겁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공연 내내 시스템 아웃풋 레벨, 스피커 드라이버와 앰프 상태 등을 체크하기 위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공연을 믹스하는 FOH 엔지니어와 수시로 소통하고 요청해야 한다.
혹시나 페스티벌 기간 중 스피커 시스템 문제가 생길 경우에 모든 책임이 나에게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일할 경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책임 보험의 가입은 필수 사항이다.
밴드가 자신의 콘솔을 가져와 셋팅할 경우 보통 Left, Right, Subs, Fills 이렇게 4개의 아웃풋을 제공하는데, 이러한 구성이 미국의 페스티벌에서는 거의 공식과도 같다. 단독 콘서트와는 달리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많은 밴드가 함께 공연하기 때문에, 하나의 밴드만을 위해 메인 시스템 튜닝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통 뮤직 페스티벌에 많이 참여하는 밴드들의 경우 대부분 Lake LM 44와 같은 스피커 프로세서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아웃풋을 제공하고, 동시에 PA 시스템도 튜닝하게 된다.
모든 스테이지의 Console Switcher (절체 시스템)로는 XTA 사의 MX36이 사용되었다. XTA-MX36은 각기 다른 콘솔로부터 최대 총 36개의 인풋(12 Analog, 12 Dante, and 12AES/EBS)을 받아 메인 스피커 시스템으로 라우팅할 수 있다.

장비는 매우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쉽게 설계되어 있고, 이제는 거의 모든 뮤직 페스티벌에서 사용하는 스탠다드 시스템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스테이지에서 L-Acoustics 스피커와 Avid 콘솔이 사용되었고, 각 무대에 사용된 음향 시스템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2023 Blue Ridge Rock Festival에서는 모니터 엔지니어로 일하게 될 듯하다. 다음 공연을 통해 만나게 될 새로운 사람들과, 앞으로 더 배우게 될 많은 것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한규
SouthMissouriStateUniversity 음향전공교수 전)한국문화예술위원회음향감독
국가직무능력표준 NCS 무대음향 검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