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무대음향 믹싱과 플러그인활용이야기

  • 요즘은 공연 음향 현장에서도 플러그인(plug-in)을 사용하는 게 그리 낯설지 않지만, 아직 그 활용법이 익숙하지 않거나 “이게 제대로 도움이 될까?” 하고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 공연장에서 자주 쓰는 플러그인과 그 적용 방식, 그리고 주의할 점들에 대해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레코딩 환경과 다른 무대음향에서의 플러그인 사용 포인트

레코딩 스튜디오에서는 깔끔하고 정제된 사운드를 모니터링할 수 있지만, 실제 공연장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공간에 따른 반사음, 스피커 특성 등의 영향으로 소리가 훨씬 거칠게 들릴 수밖에 없죠. 이렇게 되면 음악의 명료도가 떨어지고, 스튜디오에서는 잘 들리던 작은 악기 소리마저 묻히거나 서로 섞여버리기 일쑤입니다.

이럴 때 단순히 레벨만 조정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간 특성상 작은 악기가 묻혀버릴 때는 EQ로 특정 대역을 보정하거나, 적절히 배음을 더해주는 식으로 적극적인 사운드 메이킹이 필요합니다.

또한 공연은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다이내믹 컨트롤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깔끔하고 안정적인 소리가 최선은 아닙니다. 때로는 무대의 퍼포먼스에 맞춰 좀 더 과감하고 다이내믹한 변화가 필요하기도 하거든요.

아울러 플러그인을 쓰면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레이턴시(Latency)’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시간 지연 때문에 시각(무대 퍼포먼스)과 소리가 어긋나거나, 연주자의 모니터링을 어렵게 만든다면 그건 곤란하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플러그인 사용에 꽤 신중한 편인데, 요즘 공연장에서 어떤 플러그인들은 너무 과하게 쓰여 전체 소리가 탁해지거나 다이내믹을 죽여놓는 걸 자주 듣게 되어서입니다. 아직 이 분야가 낯선 분들이라면, 먼저 무엇을 보정하거나 개선하고 싶은지 명확히 한 뒤, 그 문제를 해결할 만한 플러그인 위주로 조금씩 시도해 보시는 걸 권합니다.

다이내믹 이퀄라이저(Dynamic Equalizer)

다이내믹 이퀄라이저는 말 그대로 특정 음역대의 EQ를 볼륨 레벨에 따라 다르게 조정할 수 있는 EQ입니다. 요즘은 디지털 콘솔에서도 중급 모델 이상이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고, 아마 머지않아 웬만한 디지털 믹싱 콘솔에는 기본 탑재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DiGiCo Dynamic EQ
Allen & Heath Dynamic EQ
YAMAHA Dynamic EQ

제가 주로 활용하는 파트인 보컬국악기로 예를 들면,

보컬 

치찰음을 다룰 때 디에서(De-esser) 대신 다이내믹 EQ를 쓰면 필요한 만큼만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 볼륨이 커질 때 특정 중음이 뭉치거나, 낮은 볼륨에서 저음이 웅웅거리는 경우에도, 해당하는 레벨 범위에서만 과도한 주파수를 깔끔하게 잡아낼 수 있죠.

국악기

해금, 거문고, 대금 등에서도 볼륨이 커지면 특정 주파수 대역의 공명이 과하게 부각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다이내믹 EQ를 사용하면 그런 부분을 부드럽게 억제할 수 있어 전체 음색이 더 맑아지고,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할 때 해상도가 올라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만 너무 과하게 걸면 악기 고유의 색깔을 잃을 수 있으니 늘 상황을 봐가며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습니다.

공명 억제기(Resonance Suppressor)와 스마트 EQ(Smart EQ)

Oeksound의 Soothe2, Waves의 Silk Vocal, Gullfoss처럼 특정 대역을 자동으로 ‘편안하게’ 정리해주는 플러그인들도 요즘 인기 있습니다.

Waves Silk Vocal
Soundtheory Gullfoss
Oeksound Soothe Live

다만 이들 중 상당수는 신호 처리 과정에서 레이턴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모든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쓸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Soothe2는 라이브용으로 Avid Venue 전용 버전(Soothe Live)만 나와 있고, Gullfoss도 VST3 지원 플랫폼에서 라이브 버전을 써야 하는 식입니다.

이런 플러그인들은 사용자가 일일이 주파수를 지정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범위와 적용 강도만 설정해 두면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귀에 걸리는 공명을 잡아줍니다. 편리해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악기나 목소리의 개성을 깎아낼 수도 있죠. 여러 악기의 합주 시 주력 악기가 잘 들려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쓰면 그 악기가 묻혀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악기 수가 많지 않고, 각 악기 톤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싶을 때는 의외로 큰 도움이 됩니다. 조금 번잡했던 소리가 한층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세츄레이션(Saturation) – 배음 추가 플러그인

‘배음을 더한다’는 표현이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해 진공관 장비나 테이프 레코더를 거친 듯한 음색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Waves의 BBTubes, X32/M32 콘솔의 Tube Stage, 그리고 J37 Tape, YAMAHA Opendeck 등이 대표적이죠. DiGiCo의 Digitube나 Allen & Heath의 Tube Stage Preamp 같은 플러그인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사용하는 악기는 베이스나 콘트라베이스입니다. 라인이 잘 들리게 하려면 다소 배음의 부가가 필요하거든요. 킥드럼이나 보컬에도 살짝 걸어주면 소리를 두툼하거나 좀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죠.

Waves BBTubes
Waves J37 Tape
Behringer Tube Stage Overdrive
YAMAHA Opendeck
Waves Oneknob Brighter
Allen & Heath Tube Stage

하지만 배음을 더하는 건 결국 ‘소리를 일부러 일그러뜨리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적당히 쓰면 멋지지만, 너무 여기저기 다 걸면 전체적으로 소리가 탁해지고 해상도가 떨어집니다. 테이프 레코더를 흉내 낸 플러그인 중에는 저역이 줄거나 주파수 범위가 좁아지는 등 실제 테이프 레코더의 단점까지 재현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점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또한 Yamaha PM 시리즈 콘솔의 ‘SILK’ 기능의 레드 모드는 고음역을 살짝 빛나게 해주는데, 어쿠스틱 악기나 보컬에 공기(air)감을 더하는 느낌으로 자주 활용합니다. 비슷한 역할을 해주는 Waves의 Oneknob Brighter 같은 플러그인도 제가 즐겨 쓰는 편입니다. 한 번 써보시면 생각보다 간편하게 소리를 ‘반짝’하게 만들 수 있어요.

YAMAHA Silk

트랜지언트 셰이퍼(Transient Shaper)

여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읽으신 분들께는 이쯤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늘 사용하는 플러그인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트랜지언트 셰이퍼(Transient Shaper)입니다. 

Waves Smack Attack

전체 믹스를 어느 정도 깔끔하게 정리한 뒤, 킥드럼이나 스네어, 탐, 퍼커션 등 타악기의 어택감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을 때 저는 Waves의 Smack Attack을 자주 씁니다. Duration만 살짝 조정하고, Attack 값을 올려주면 타악기 어택이 딱 하고 튀어나와서 믹스 안에서 존재감이 살아나거든요.

플러그인을 쓸 때 늘 경계해야 할 것

지금까지 다양한 플러그인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저는 플러그인 사용에 대해 늘 경계심을 갖고 있습니다. 소리를 바꾸는 행위에는 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니까요. 가능한 한 기본적인 도구(EQ, 컴프레서)로 우선 원하는 사운드에 가깝게 만든 뒤, 꼭 필요한 경우에만 플러그인을 투입하는 접근을 추천합니다.

공연장 감독님들은 요즘 멀티 트랙 레코딩과 재생 시스템이 흔해졌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자주 듣는 음악을 녹음해 놓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공연 사운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시스템 자체의 튜닝과 기본 톤을 다듬는 일임을 잊지 마세요. 그 기초 위에 플러그인을 올려놓는다면, 훨씬 더 매력적인 공연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 수 용 

동아방송대 음향제작과 겸임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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