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을 처음 경험했던 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019년. The LA Philharmonic Orchestra가 KSPO 돔에서 LA Phil 100주년 프로그램 서울 투어로 존 윌리엄스의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다.
국내 라이브 시장에서 처음 진행되는 이머시브 오디오 공연을 들으면서 이들의 연주에도 감동했지만, 그때의 이머시브 오디오의 경험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주최측의 배려로 인터미션 전에는 FOH 앞자리에, 인터미션 후에는 객석의 왼쪽 앞쪽에 앉을 수 있었다. 그때 내 앞에 앉아 있던 고등학생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팀파니를 함께, 두 팔을 힘껏 움직이면서 연주하고 있었다. 팀파니는 오케스트라 배치상 우측 뒤쪽에 위치한다. 기존의 스테레오 시스템이면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우측 어딘가로 Panning을 해서 좌측 앞에 있는 고등학생과 필자의 자리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의 이머시브 오디오로 듣는 팀파니 소리는 ‘감정을 조금 더해서’ 이 고등학생의 눈 앞에 있었다. 적어도 팀파니가 내 우측 어딘가에 있는 것이 느껴지면서 알게 된 ‘음상의 정위감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기억은 필자를 이머시브 오디오 분야에 계속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후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으로 여러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성과가 좋지 않았던 공연도 있고, 점점 개선되고, 발전해가면서 팀파니 학생과 같이 높은 만족도로 끝난 공연도 있었다.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한 다양한 공연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머시브 오디오의 흐름 – 투어, 극장 분야
이머시브 오디오가 국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게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2020년 즈음으로 기억된다. 이때는 “3D Audio, 몰입형 사운드, Surround Audio, Spatial Sound” 등 다양한 단어로 불리웠지만, 현재는 “입체음향, 실감음향, 이머시브 오디오” 등의 단어로 대표적으로 불리고 있다. 콘서트, 대형 공연장에 설치할 수 있는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을 메이저 스피커 브랜드에서 출시했던 것도 이때 즈음이다.





여러 개의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서 소리를 전달하고 처리하는 방식은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특히 3D 마이킹, 멀티 마이킹 분야는 많은 방법들과 노하우가 적용되어 이미 다양한 음반, 공연장 등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은 극장과 같은 서라운드 시스템이 대표적이고, 적용된 극장, 공연장 등에서도 Dolby surround 같은 정해진 포맷으로 제작된 컨텐츠에만 사용이 가능했었다.




소프트웨어 플러그인 기반으로 스튜디오와 같은 작은 장소에서 적용되던 이머시브 오디오는 L-acoustic, d&b, Meyer 등의 메이저 스피커 제조사에서 각각의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을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관심이 라이브 시장에 형성되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국내와 해외에서도 이머시브 시스템을 이용한 대형 공연, 설치 사례, 이머시브 시스템 엔진을 만드는 제조사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공연 사례 – 세종문화회관 ‘정원’, Kintex GEE, IVEX ‘Hyperhall’,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소리축제’




새로운 이머시브 엔진 – Adamson. Fletcher Machine, Yamaha. AFC4, APG. NSS, Coda. Space Hub.
현재 라이브 및 극장 공연에 사용되는 이머시브 오디오는 음상의 확장을 구현하고, 실제 무대 위의 음원과 사운드의 위치를 일치시킴으로 자연스러운 확성을 전달하며 기존 시스템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음원을 움직이고, 무대를 넓게 쓰고, 잔향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등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은 이머시브 시스템이지만 ‘컨텐츠와 얼마나 잘 연계될 것인가’가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이 공연장에 자리 잡는데 중요한 방향이 될 것 같다.
이머시브시스템공연단계별준비사항
단계 | 사운드 디자인 (Sound Design) | 시스템 디자인 (System Design) | 설치 (Installation) | 튜닝 (Tunning) | 운영 (Operation) |
체크 사항 | 음원 수집 | 장소 분석 | 장소 답사 | 스피커 각도 및 높이, 위치 체크 | 토닝(Toning) |
음원 선택 | 장비 선정 | 설치 방법 확정 | 각 스피커 음압(SPL), 주파수(FR) 통일 | 밸런싱(Balancing) | |
음원 편집 | 스피커 위치 배분, 선정 | 리깅 및 설치 자재 사전 준비 | 각 스피커 – Delay 설정 | 믹싱(Mixing) | |
스피커 리깅 계획 수립 | 스피커 리깅 | 음압(SPL), 주파수(FR) 점검 | |||
시뮬레이션 – 음압(SPL), 주파수(FR) | 배선 및 스피커 설치 | 음원 움직임 점검 | |||
2D, 3D 시각화 |
이머시브 공연은 스피커, 케이블, 리깅 작업 등 절대적인 물량이 많기 때문에, 많은 품과 그에 따른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이머시브 공연에 무한정 세팅 시간을 늘리고 할애하는 것도 쉽지 않고 다른 일반적인 공연과 비교해서도 많은 시간, 비용이 든다면 일반 형태의 공연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최대한 사전 준비와 협의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일반 공연 일정과 비슷한 정도의 셋업 시간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표1]의 단계별 준비 사항에서 사운드디자인(Sound Design)과 운영(Operatin)은 일반 공연의 영역과 공통적인 부분으로 언급을 하지 않고, 시스템 디자인, 설치, 튜닝에 대해 이머시브 시스템 디자이너로서의 팁을 이야기하려 한다.
1. 시스템 디자인

1) 스피커 위치
- 각 면(Left, Right, Rear, Front)의 스피커 간격을 최대한 동일하게 유지
- 360도 구성 시 코너의 간격을 다른 면과 동일하게 유지

이머시브 시스템에서는 스피커의 간격이 얼마나 일정한가가 시스템 디자인의 퀄리티와 연결된다. 음원의 움직임과 위치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불규칙한 간격은 비록 엔진에서 연산을 해서 재생하지만, 음압이 부족하게 되거나 커버리지가 형성이 되지 않는 등의 물리적인 음향 현상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360도 구성 시 모서리의 간격을 다른 면의 간격과 최대한 비슷하게 형성해야 소리 이동 시 자연스러운 음원의 이동을 표현할 수 있다.
- 2개의 스피커 커버리지가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음상이 표현된다

그림3에서 2, 3번의 스피커의 커버리지가 겹치는 1.3m에서부터 음상이 형성된다. 스피커의 1.3m 이후부터 객석 위치 시 2개의 스피커에서 겹쳐지며 형성되는 커버리지에 음상이 위치하게 되고 객석에서는 그 효과를 들을 수 있다. 스피커의 간격이 멀어지면 그만큼 객석의 거리도 멀어지기 때문에 고려해서 스피커의 간격을 설정해야 한다.
2) 서브 우퍼 디자인
- 저역 에너지의 편차가 제일 적은 서브 우퍼 디자인 방식을 채택
- 저역 에너지의 양이 전체 공간에 충분해야 한다


대부분의 공연에서도 저역 에너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특히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저역대를 전체 객석에 편차 없이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장이 큰 저음의 움직임을 빠르게 컨트롤하며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전체 공간에 가장 넓게 분포할 수 있는 서브 우퍼 디자인을 선정한다. 저음을 가장 넓게 분포시켜 균일하게 들리게 하고, 비교적 움직임을 컨트롤하기 쉬운 중고음의 움직임을 통해서 소리의 이동을 표현한다. 서브 우퍼 디자인은 ①센터서브실링어레이, ②엔드파이어 등의 서브어레이 패턴 ③L, R 서브 배열 순으로 저음 편차가 크다. 그래서 이머시브 시스템에서는 센터서브실링 디자인을 가장 많이 적용한다. 해외의 이머시브 사례를 살펴보아도 서브를 센터에 플라잉하는 디자인을 제일 많이 사용하고, 거기에 더해서 빔포밍 방식의 서브 우퍼 디자인을 공연에 모두 적용시키는 경우가 많다. 저역 에너지 편차가 많은 셋업에서 소리의 움직임만이 구현되면 자연스럽지 못한 소리를 경험하게 된다.
3) 천장 스피커 수량
- 객석에서 느끼는 이머시브 오디오의 경험적 차이는 천장의 소리에서 결정된다


천장에서 나오는 소리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기존 일반적인 공연에서 천장의 스피커를 객석으로 재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머시브 오디오를 통해 다양한 움직임, 리버브, 사운드의 확장을 사운드 소스의 성격에 따라 천장의 일부분에 구현하면 색다른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천장 스피커를 배치하고 사용함으로써 이머시브 공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4) 시뮬레이션, CAD, 3D 렌더링
- 렌더링, 시뮬레이션, CAD 등 다양한 시각 자료로 변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CAD File, 3D Image는 관객 동선, 다른 하드웨어와의 위치를 사전에 협의하는 일에 필요하다. 이머시브 360도 공연의 경우, 객석에 스피커를 위치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우스매니저 등 객석 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및 실제 관객의 안전을 위해서 렌더링으로 설치 환경을 예상하는 것은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또한 무대, 조명팀과의 메인 스피커의 위치 협의 시에도 렌더링 이미지를 활용하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2. 설치

1) 변수 컨트롤
- 셋업 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는가?
- 시간 단축을 위한 리깅 구조물 제작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피커의 위치를 잡고 설치 및 리깅에 관련된 플랜을 세워도 현장에서 변경하게 되는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 이런 변수로부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천장 스피커 리깅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켓 등 충분한 사전 답사와 준비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완료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시뮬레이션, 또 잘못된 설치 결과는 이머시브 공연의 완성도를 낮추게 된다. 그렇다고 정해진 시간 안에 다시 시뮬레이션하고 재설치할 수 있는 상황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일반 공연의 경우 디테일한 스피커의 위치를 조절하고 듣고 수정하는 등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머시브 공연에서는 스피커의 개수만큼 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머시브 시스템에서도 정면(프론탈)에 위치한 스피커는 우선 순위를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해야 하지만 다른 스피커들은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원샷원킬’이라는 한 영화의 표현처럼 충분히 계획해서 계획대로 설치하고 그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 이머시브 오디오 셋업의 차이점이다.
3. 튜닝

1) 알고리즘별 방법 숙지
- Delay-based, Amplitude-based
- 각 이머시브 엔진 제조사별 매뉴얼 참고

기본적인 시스템 디자인과 설치 단계를 마치고 튜닝에서는 이머시브 엔진의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선정한 이머시브 엔진과 디자인한 베뉴의 객체 이동 패닝 알고리즘이 어떤 알고리즘인가에 따라 스피커의 설치, 튜닝 방법이 달라진다. 그림6은 대표적인 이머시브 엔진의 패닝 알고리즘인 WFS가 적용된 Delay를 바탕으로 한 엔진의 매뉴얼 중 일부이다. 그림6을 보면 정면 스피커가 LL, L, R, RR로 4 포인트가 설치되어 있고, 좌측에는 1, 2, 3, 4 스피커가 4 포인트 설치되어 있다. 그림6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우측에도 후면에도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고 가정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 스피커 L을 기준으로 1, 2, 3, 4번 스피커가 겹치는 a, b, c, d 포인트를 기준으로 각각 1, 2, 3, 4번 스피커의 Delay, SPL, FR 값을 통일시킨다. 예를 들어 L과 1번 스피커가 a 지점에서는 같은 시간차, 같은 음압, 같은 주파수 응답 특성으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도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제조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통해 테스트하고, 공연을 진행하며 정리된 방법이다. 이런 방식을 참고해서 어떤 기준을 갖고 튜닝을 할지는 각자의 노하우에 달려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위의 이미지는 WFS 방식의 예이고, VBAP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튜닝의 방법이 달라진다. 또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의 엔진이 어떤 한 개의 알고리즘만으로 구성되지는 않고, 부분적으로 다른 패닝 연산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매뉴얼을 참고하고, 또 경험을 더해서 각자만의 이머시브 튜닝을 완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 음압, 주파수 응답 특성 – 통일
- 스피커 음압(SPL), 주파수 응답 특성 (FR) 변수 컨트롤
- 면 (Left, Right, Rear) 단위 통일

이머시브 시스템 튜닝은 여러 개의 스피커별 각각의 위치에서 음압(SPL), 주파수 응답 특성(FR)을 최대한 동일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구성에 따라 30개, 60개를 사용한 디자인일 때 개별로, 포인트별로 이 과정을 반복할 수도 있지만 각 면 단위, 왼쪽에 위치한 스피커 한 개를 기준으로 통일하고, 오른쪽도, 뒤쪽도 같은 과정을 단순화해서 진행하기도 한다. 무대가 앞쪽에 위치하는 프론탈 + 360 구성일 때 프론탈 스피커의 경우에는 한 포인트별로 위의 과정을 진행한다.
3) 시스템 디자인 목표 구현
- 측정 수치보다 소리, 구현에 집중 – 음상의 확장, 음원의 움직임, 공간감의 확대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에서 스피커의 시스템적인 튜닝이 끝나면 꼭 점검해야 하는 것이 있다. 스테레오 시스템에서 주파수의 밸런스와 음압 등을 확인하는 것처럼, 이머시브 시스템에서도 이와 같은 것들을 동일하게 확인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더해서 이머시브를 선택한 목표가 이루어지는가를 꼭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공연에서는 객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목표로 했을 수도 있고, 어떤 공연에서는 무대의 음원과 음상의 일치가 목표였을 수도 있고, 또 어떤 공연에서는 자연스러운 확성을 위한 공간감의 확장을 의도했을 수 있다. 그러한 목표가 잘 구현되는가를 꼭 점검해야 한다. 튜닝이라고 하면 흔히 각 스피커 시스템 위치를 정하고, 각도를 수정하고, 얼라인을 맞추고, 레벨을 정하는 등의 행위이다. 이머시브 튜닝에서는 이런 행위를 매우 많이 반복한다. 측정 수치, 회수, 결과에 집중하기보다 원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구현되는지를 꼭 점검해야 한다.
마무리
포터블 기기를 통해 이머시브 오디오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그 효과의 만족도도 높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머시브 오디오는 우리의 일상에 많이 가까워지고 그 저변을 넓히고 있다. 라이브 이머시브 시장도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다. 제품의 개수와 사용자들의 많은 사례들이 그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이 만능은 아니다. 기존의 스테레오 시스템이 잘 어울리는 공연도 있고, 반면 이머시브 시스템이 꼭 있었으면 하는 공연도 있다. 요즘에는 소프트웨어, 컴퓨터, 인터페이스, 5개의 스피커 정도면 당장 라이브 이머시브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눈높이와 예산이 많이 낮아졌다.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을 준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 훌륭한 극장, 투어 엔지니어로서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윤 현 철
(주)소닉밸류 기술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