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 암전 뮤지컬 ‘귀를 기울이면’

모두에게 장벽 없는
청각에만 집중해 몰입감 있는

 지난 4월 22일 이천아트홀에서 암전뮤지컬 <귀를 기울이면>이 이머시브 시스템을 도입해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로부터 일주일간인 장애인의 날 주간에 막을 올린 이 공연은 시각 장애인 배우가 장애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제를 연기로 직접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공연은 60여 분 가까이 암전 상태로 진행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인해 어린이를 비롯한 관객들의 어수선함이 있었지만, 첫 장면에 객석 뒤에서 들려오는 배우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관객들의 집중도와 흥미가 자극되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이천문화재단, 라이프에디트, ㈜사운드솔루션이 협업하였다. 이머시브 시스템은 ㈜사운드솔루션의 Adam 프로세서를 통해 FLUX社의 Spat Revolution으로 구동되었으며, Qlab을 통해 데이터를 OSC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머시브 시스템은 작품의 주제와 걸맞게 기존 공연과 같이 프로시니엄이라는 액자 속 작품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 24개의 스피커 속으로 관객들이 들어와 시각적 요소를 제한된 가운데 청각에 집중하여 몰입감 있는 음향 경험을 선사하였다. 

‘차별은 없이, 기회는 같이, 행복은 높이’ 슬로건에 걸맞는 장애인의 날 특별 기획으로써 디지털 시대에 맞는 셋팅과 음향인·예술인의 협업으로 주제를 정확하게 표현한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귀를 기울이면> 이천 공연 기술 부분 총괄 진행을 맡은 김종현입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주)사운드솔루션에서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 기술 지원을 하고 있는 김태협 대리입니다. 저희 (주)사운드솔루션은 이머시브 사운드가 적용되는 콘텐츠, 공간 등 여러 요소에 맞춰 ADAMSON의 Fletcher Machine, ASTRO Spatial Audio, SPAT Revolution 등 여러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을 최적의 구성으로 제안·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머시브 사운드 공연이란 어떠한 공연인가요?

이머시브 사운드 공연이란 음향이란 요소를 통해 관객들에게 몰입감 있는 음향을 전달하는 공연을 이야기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을 기준으로 전면 스피커와 서라운드 스피커를 통해 몰입감 있는 사운드를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공연에 활용하신 SPAT Revolution 시스템 디자인에 관하여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천아트홀의 음향 시스템을 일부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과 호환이 가능한 Dante Network를 기반으로 모든 오디오 시그널을 처리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SPAT Revolution의 프로세싱을 위해서 (주)사운드솔루션의 ADAM Server를 사용하였고 이를 통해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의 시그널 플로우는 아래 [그림 1]과 같이 구성되었습니다.

[그림 1] 공연 시스템 블록도
[그림 2] SPAT Revolution 레이아웃 디자인

‘보는’ 공연이 아닌 ‘듣는’ 공연이라 아무래도 음향적 요소가 중요했습니다. 대표님이 처음 공연을 만드실 때부터 소리를 통한 극적 요소의 전달을 원하셨고, 이머시브 시스템을 적용하여 청각적 정보에 시각적 정보를 더해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청각 정보보다 자극·감각량이 큰 시각 정보가 배제된 채 관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소리로 많은 정보를 담고자 했고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프론탈 스피커 ADAMSON IS10P 5통, 서브우퍼 ADAMSON Spektrix Sub 2통, 서라운드 스피커 RCF AyraPro5 17통, 프런트필 NEXO PS-12 5통으로 스피커 시스템을 구성하였습니다. 이번 공연은 전면에서 드라마 대부분을 표현하였기 때문에 전면에 설치된 5개의 프론탈 스피커 시스템의 확성이 객석 전체에 고르게 전달되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피커의 높이가 많이 높아져야 했고, 그로 인해 무대에 가까운 관객석의 경우 전면에 표현되는 음상이 너무 높게 나타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PAT Revolution에서 프런트필 프로세스를 위한 전용 Room을 구성하고 별도의 스피커를 추가로 배치하여 음상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머시브 사운드 렌더링 알고리즘은 WFS와 VBAP, 그리고 오퍼레이팅 모니터링을 위한 바이노럴 렌더링 알고리즘을 사용하였습니다. 음원의 성격에 따라 렌더링 알고리즘을 달리 사용하였는데, 앰비언스 또는 장면의 분위기를 나타내고 객석 전체에 정밀한 음상을 전달해야 하는 음원의 경우 주로 WFS를 사용하였고, 사이렌, 자전거 소리와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음원에서는 VBAP을 사용했습니다.

[그림 3] SPAT Revolution의 랜더링 Room

객체의 단순한 움직임뿐 아니라 캐릭터별로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각 캐릭터의 특징에 따라 걷는 속도와 발걸음 소리를 다르게 표현하고 시간과 감정에 따른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효과음이나 배경음 같은 요소들을 넣고, 시각장애인인 주인공의 움직임이 가지는 특성을 고민해서 적용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림 4] 바이노럴 랜더링 모듈

마지막으로 관객이 듣게 되는 이머시브 사운드를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리허설은 객석 한가운데에서 오퍼레이팅을 할 수 있었으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객석 중앙이 아닌 컨트롤룸에서 오퍼레이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모니터링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PAT Revolution에서 모니터링을 위한 바이노럴 모듈을 추가하여 운영했고, 리허설 중 디자인했던 요소들을 정확하게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모니터링에 관한 이슈는 이머시브 사운드 공연을 진행할 때 항상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바이노럴 모듈을 이용한 모니터링 기능을 이용함으로써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도 SPAT Revolution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 또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머시브를 사용하지 않는 기존 공연에 맞춰 대관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머시브를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했죠. 다행히 이천문화재단 측에서도 많은 협조를 해주셨고 진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만큼의 일정을 확보해주셔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보기로 했었죠. 사전에 충분한 시뮬레이션과 프리 믹스를 통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공간 특성에 맞게 디테일을 잡아가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장면마다 가상의 세트 이미지를 설정하고 객석에서 느껴지는 배우들의 동선을 가상의 세트에 맞춰 간다든지 하는 특성화 작업 정도는 진행할 수 있었지만, 그 안에서 디테일을 만족스럽게까지 만들지는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과 현장에서 마치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듯한 팀워크로 함께 고생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이번 공연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아 주신 ㈜사운드솔루션 이홍 대표님, 송남용 이사님, 정형근님 외 모든 임직원분들과 자문으로 도움 주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제형 감독님, 드림스케이프 조현식 대표님, ATR. TECH 한창운 대표님, 그리고 이천문화재단 임직원분들께 지면을 빌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하고자 하는 음향인들에게 조언하고 싶으신 점이 있으신가요?

이머시브 오디오 시스템의 구성과 운영은 음향 기술의 전반적인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입출력을 처리하기 위해 디지털 오디오 네트워크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므로 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한, 다양한 이머시브 오디오 렌더링 알고리즘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콘텐츠의 유형과 공간의 구조적 환경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알고리즘을 선택 및 적용하기 위해 렌더링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입니다. 각각의 렌더링 알고리즘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디자인적 요소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머시브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음원의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좋은 음원이란 음질에 관한 부분만이 아니라 음원이 가지는 공간감까지 포함합니다. 한 장면에서 여러 음원이 사용될 때, 특정 음원이 다른 음원과 많이 다른 공간감을 가진 경우 이질적으로 들리게 됩니다. 공간감의 통일성을 가지고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진행하기 위해서 이머시브 엔진의 공간계로 전체 공간감을 설정해나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드라이한 소스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공간감이 부족한 음원은 채울 수 있지만 불필요하게 많은 부분을 빼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여건이 되신다면 음악감독님과 함께 원하는 음원을 제작하여 사용하시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권장해드립니다. 음원 확보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힘들거든요.



김 종 현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음향감독 
(사)무대음향협회 사무팀장 

김 태 협

드림스케이프 과장
전) (주)사운드솔루션 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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