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속의숨은시간 : 초기반사 지연시간(ITDG)과 프리딜레이(Predeley)

그림 1. 임펄스 응답(Impulse Response)에 의한 잔향의 형성

우리가 음악을 감상하거나 녹음된 소리를 들을 때, 귀에 도달하는 소리는 직접음과 공간의 잔향음이 함께 어우러진 것입니다. 이때 두 소리 간의 시간 차이는 청각적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음향 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시간 차이를 공간 음향에서는 ‘초기 반사 지연시간(ITDG: initial time delay gap)’이라고 부릅니다.

그림 1은 임펄스 응답(impulse response)에 의해 형성된 잔향의 예시입니다. 직접음(direct sound)이 도달한 이후에 초기 반사 지연시간(ITDG)인 소리의 공백이 있고 이후 1차 반사음(first reflection)이 돌아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ITDG는 직접음이 도달한 순간과 첫 번째 강한 반사음이 도달하는 순간 사이의 시간 간격으로 정의합니다. 단위는 밀리초(ms)이며 콘서트홀, 강당, 스튜디오 등에서 음향 설계 시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사용됩니다. ITDG가 중요한 이유는 음의 명료도(clarity), 거리감(distance perception), 공간감(spaciousness)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ITDG가 너무 짧으면 직접음과 반사음이 구분되지 않아 음상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ITDG가 너무 길면 음상이 분리되어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내용을 파악하셨다면 ‘초기 반사 지연시간(ITDG)’와 ‘초기 지연시간(predelay time, 이하 predelay)’이 동일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시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두 개념은 매우 유사하지만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이 두 용어는 모두 “잔향의 시작 지점”과 관련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맥락과 목적에서 사용됩니다. 

1. ITDG: 실제 공간의 직접음과 반사음과의 시간 간격

ITDG는 측정 가능한 실재 공간의 물리적 특성입니다. 그림 2는 발음점(s)과 수음점(r1~3)의 ITDG를 살펴보기 위한 모델링입니다. 이를 위해 트레블 테크놀로지(Treble Tech.)사의 음향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트레블 웹 어플리케이션(Treble Web Application)’을 통해 위치별 임펄스 응답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림 2. 공연장 모델링 Treble 시뮬레이션 
(s: 발음점, r: 수음점)
그림 3. r1 위치의 소리 경로

우선 r1 수음점의 직접음과 반사음을 살펴보면 그림 3과 같습니다. 이 때 직접음은 그림 4와 같이 도달하며, 그림 5를 통해 첫 번째 반사음이 천정에서 반사된 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건축의 형상과 각 면들 간의 거리에 따라 첫 번째 반사면의 위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의 경우에는 천장이 첫 번째 반사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림 6은 초기 반사 지연시간(ITDG)이 약 20ms 임을 확인시켜줍니다. 

그림 4. r1 수음점의 직접음 경로
그림 5. r1 수음점의 1차 반사음 경로

그럼 r1 수음점과의 비교를 위해 r2와 r3 수음점의 시간도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림 7은 r2 수음점의 직접음 경로를 나타냅니다. 그림 8은 초기 반사음의 경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9를 통해 확인되는 r2 수음점의 초기 반사 지연시간은 약 2.5ms 입니다. 그림 10과 11은 r3 수음점의 직접음과 반사음 경로를 보여주며, 그림 12는 r3에서 약 5ms 의 초기 반사 지연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6. r1 수음점의 초기 반사 지연시간 (ITDG)
그림 7. r2 수음점의 직접음 경로
그림 8. r2 수음점의 1차 반사음 경로
그림 9. r2 수음점의 초기 반사 지연시간 (ITDG)
그림 10. r3 수음점의 1차 직접음 경로 
그림 12. r3의 수음점의 초기 반사 지연시간 
그림 11. r3 수음점의 1차 반사음 경로  

2. 프리딜레이(predelay): 인공 잔향 세팅에서 공간감을 조절하기위한 파라미터

프리딜레이는 우리가 공간의 크기를 인지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공간이 클수록 프리딜레이가 길고, 작을수록 짧아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공적으로 프리딜레이를 조정하여 실제 공간보다 더 크거나 작은 공간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녹음 스튜디오를 사례로 들어보면 작은 스튜디오에서도 프리딜레이를 길게 설정하면, 마치 큰 공연장이나 홀에서 연주한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청중의 좌석 위치에 따른 프리딜레이 차이

공연장 내에서도 청중이 앉은 위치에 따라 프리딜레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대 가까운 앞좌석에서는 직접음과 잔향음의 시간차가 비교적 길어 명료성이 높게 느껴지는 반면,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뒷좌석에서는 직접음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고 잔향음과의 시간 차이가 줄어들어 음향이 상대적으로 덜 선명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청중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을 때 무대에서 연주자 혹은 악기의 배치에서 윗무대와 아랫무대 사이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윗무대는 아랫무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프리딜레이 값을 갖게 됩니다. 

효과적인 프리딜레이 설정을 위한 팁

프리딜레이를 적절히 설정하려면 해당 공간의 용도와 음향적 목표를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음악 장르, 공연의 성격, 녹음의 의도 등을 고려해 최적의 설정을 찾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프리딜레이는 결국 공간의 볼륨, 무대의 크기 등을 고려하여 청중과 연주자(혹은 악기)의 거리를 산정할 때 인공잔향에 의한 현실적인 표현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3. 주의할 점: 수치는 절대값이 아니다

여기에서 제시된 프리딜레이 값들은 엄밀한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절대적인 수치라기보다, 음악 제작과 공연 음향에서 널리 활용하기 위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공간의 구조, 음원과 마이크의 위치, 음악의 리듬과 템포 등에 따라 실제 적정값은 달라질 수 있으며, 공간 측정이나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정밀한 설정은 음파의 거동(behavior)을 이해함으로써 건축음향 설계 혹은 음악 믹싱 작업 시 잔향을 다루기 위한 방향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맺음말

ITDG는 음향 전문가들이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작은 시간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큰 음향의 차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면, 보다 탁월한 음악 감상 환경과 녹음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김 영 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음악학과 부교수
레코딩 아티스트
건축음향 디자이너
MBI (Media Bridge International) 기술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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