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신축 사례 [부산콘서트홀]

지난 6월 21일,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홀인 부산콘서트홀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항구 도시 부산에 걸맞게 넘실거리는 파도 위를 유유히 항해하는 배와 같은 모습으로 첫 출항을 알린 부산콘서트홀은 특히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 오르간을 도입하며 큰 기대를 모았는데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부산콘서트홀의 개관을 축하하며 최윤 음향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개관을 맞이한 소회와 부산콘서트홀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담아보았다.

INTERVIEW

부산콘서트홀 최윤 음향감독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산콘서트홀 음향감독 최윤입니다. 저는 서울재즈아카데미에서 레코딩을 공부하고 2000년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음향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후 2005년 김해문화의전당 개관 멤버로 경남에 내려와 창원문화재단과 통영국제음악당을 거쳐 2023년 6월에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부서인 부산시청 문화시설개관준비과로 이직했습니다.

어느덧 공연장 음향 감독으로는 20년이 넘는 경력을 쌓아왔네요.

부산콘서트홀 개관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콘서트홀 개관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클래식부산 정명훈 예술감독

제가 입사했을 때는 이미 콘서트홀 건립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저희 부서는 실질적인 발주처가 아닌 기술 지원 업무를 담당했기에, 실시설계 변경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점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2024년 8월 준공 이후, 개관을 위한 준비 작업들은 바쁘게 이어졌습니다. 공연장 개선 및 물품 구비, 장비 테스트, 시설 점검, 시범 공연 운영 등이 기본적인 업무였습니다. 특히, 두 차례에 걸친 건축 음향 측정 사업을 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과 영산대학교 김용희 교수님을 주축으로 수행하며 음향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독일에서 도착한 파이프오르간은 3개월의 설치 기간을 거쳐 마침내 완성되었고, 저는 현재 파이프오르간 유지관리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대 외 시설들의 안전과 편의까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는 매일 밤을 새워가며 콘서트홀의 완벽한 개관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개관일이 다가올수록 업무는 계속 늘어났고, 시간적 압박에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관일 며칠 전 공연 리허설을 통한 연주의 감동은 저뿐만 아니라 클래식부산 전 직원의 불안을 말끔히 날려버렸던 순간이었습니다. 공연 프로그램과 공연장 음향 특성에 맞춰 연주 밸런스를 잡아주는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지휘는 너무도 훌륭했습니다. 그 순간의 감격은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부산콘서트홀은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로 설계되었는데요, 음향 설계 면에서 어떤 점이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되었나요?

파이프 오르간 설치 전후로 두 차례 건축 음향 측정을 진행했습니다. 2차 측정 결과는 아직 정리 중이지만, 1차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파이프 오르간이 무대 후면에 크게 자리 잡으면서 예상대로 잔향은 다소 감소했지만, 청감상으로는 오히려 조화로움과 안정감이 보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콘서트홀 음향 설계는 (전)목포대학교 오양기 교수와 DMP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했습니다. 수평 반사음 확보를 위한 발코니 기울기와 반원기둥 벽체, 그리고 측상부 반사음 확보를 위한 견고한 사운드 클라우드 등 세심한 설계를 통해 음의 절대 크기(G)와 측면반사율(LF)을 개선하고 풍부한 음향을 전달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측상부 반사음 확보를 위한 *사운드 클라우드는 *FG 보드를 8겹 이상 단단하게 가공하여 천장 면밀도가 120kg/㎡ 및 66.5kg/㎡에 달하는 견고함을 자랑하며, 천장으로 모인 소리를 객석 주변으로 최대한 반사해 풍부한 음향을 전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무대 상부에 설치된 앙상블 반사판은 높낮이와 경사를 조절할 수 있어 시범 공연 동안 연주자 모니터링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설계 당시 높이에 따른 데이터는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변형 조건을 시험하며 앙상블 반사판을 다각도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공연장과 무대에서 중요한 소음기준(NC)은 각각 NC 20과 NC 15입니다. 시범 공연 시 공조기를 최대로 가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자들은 소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또한, 파이프 오르간 관리를 위해 항상 항온항습을 유지하고 있는데, 수월하게 유지되는 것을 보면 차음, 차폐, 단열 성능이 우수하다고 생각됩니다.

콘서트홀 측상부 반사음 확보를 위한 사운드 클라우드

*사운드 클라우드(마샬 반사체): 건물 내부의 음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천장에 매달아 설치하는 흡음 또는 반사 구조물*FG 보드: Fiberglass Reinforced Gypsum Board (섬유강화 석고보드)의 약자로, 일반 석고보드에 비해 섬유를 보강하여 유연성과 강도를 크게 향상시킨 건축 내장재

공연장 형태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빈야드(Vineyard) 방식인데, 부산콘서트홀만의 차별화된 요소가 있을까요?

부산콘서트홀은 24,000㎥의 공간에 2,011석을 갖추고 1인당 체적 11㎥로 적합한 공간감을 제공하는 빈야드 방식의 공연장입니다. 객석 경사도를 높여 무대와의 거리를 최소화하고, 60cm의 낮은 무대 높이와 좌석 구역별 단차를 통해 고른 시청각 환경을 구현했습니다. 

특히, 음향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막판까지 특주 고도부끼 의자 제품으로 최종 변경하는 등 최선의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음향만큼이나 아름다운 경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하얀 구름 같은 사운드 클라우드, 네 가지 붉은색 그라데이션 좌석, 밝은 미색의 무대, 그리고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어우러져 뛰어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콘서트홀이라면 일반적으로 목재를 주요 마감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산콘서트홀은 독특하게 벽돌로 마감이 되었는데요, 설계 의도에 대한 설명과 목재와 비교했을 때 실제 어쿠스틱 특성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부산콘서트홀은 국내 콘서트홀에서 보기 드문 벽돌과 유리를 주요 마감재로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이례적인 선택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유리가 음향에 미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10 축척 모형실험을 통해 예방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유리면과 천장면의 2차 경로로 인한 객석 포커싱 현상과 반사음의 무대 회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리창 인접 발코니 하부에 QRD(Quadratic Residue Diffuser) 확산체를 설치했습니다. 이 확산체는 무대 중앙을 지향하도록 배치되어 352Hz에서 4,300Hz에 이르는 입사음을 효과적으로 확산시킵니다.

QRD 확산체 설치 위치와 반사 방향

또한, 공연장 마감은 콘크리트 조적 위에 목재보다 단단한 벽돌로 이루어졌으며, 이 벽돌은 한 땀 한 땀 정교하게 쌓아 올려졌습니다. 폐쇄형 1/5 축척 모형실험을 통해 음향 설계를 진행했고, 벽돌을 특별히 성형 제작하였습니다. 

이처럼 부산콘서트홀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다양하고 장애 없는 확산면을 만들어내고 혁신적인 마감재 사용과 정교한 음향 설계를 통해 최적의 음향 환경을 구현했습니다.

최근에는 클래식 홀에서도 일부 확성 공연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산콘서트홀의 경우 확성 공연에 대한 대책이나 방침이 있는지, 관련하여 전기 음향시스템 및 인프라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이프오르간 설치 이전에는 공간이 너무 울려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개관 이후 현재는 잔향이 매우 적정하게 확보되어 만족스러운 음향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콘서트홀의 본질적인 기능인 클래식 음악 감상을 위한 자연 음향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확성 음향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음향 환경은 지속적인 검증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 클래식 음악에서도 확성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끊임없이 시험하고 조정하여 최적의 사운드를 찾아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안내 방송용 스피커 외에 흡음 설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흡음 설계도 진행되고 있어 부산콘서트홀이 수용할 수 있는 확성의 범위 내에서 최적의 음향 솔루션을 부분적으로 적용해 나갈 예정입니다.

주로 확성보다는 레코딩이나 방송등을 위한 외부 프로덕션과의 연계 작업이 많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이를 위한 음향시스템은 어떻게 구성이 되어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스펜션 마이크는 총 13포인트로 설치되어 있으나, 무대와 객석 천장을 덮고 있는 사운드클라우드의 특성상 추가적인 타공이 어려워 더 이상 증설은 계획하고 있지 않습니다.

멀티채널 녹음은 프로툴(Pro Tools)을 활용하고 있으며, 하역장에는 중계차 연결을 위한 중계 패널과 배전반을 기본 수준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향후 지속적으로 부족한 인프라에 대해 개선해 나갈 예정입니다.

FOH 패치 판넬 박스

신축 공연장의 음향·영상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준공하기까지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실내에 설치된 프로젝터와 스크린은 반사판 조작, 유리창 굴절, 렌즈 밝기 부족 등의 문제로 활용에 제약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객석 상부에 프로젝터를 엘리베이션 방식으로 설치했으나, 안타깝게도 소음 문제로 인해 사용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막 용도로 활용되는 영상 시스템이지만, 빈야드 형태의 객석 구조상 최소 양방향의 영상 송출이 필요하여 더욱 복합적인 해결책이 요구됩니다.

영상 시스템 활용은 비단 저희 부산콘서트홀뿐만 아니라 모든 콘서트홀 종사자들에게 큰 고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여전히 최선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산콘서트홀 설계도면-영상시스템 단면 배치도

이번 부산콘서트홀의 개관을 앞두고 단연 화제가 된 것이 비수도권 최초로 설치된 대형 파이프오르간인데요. 여기에 대해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2022년 10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총 30개월에 걸쳐 독일 프라이부르거 오르겔바우 슈패트 사가 제작한 파이프 오르간이 부산 콘서트홀에 설치되어 4개월간의 보이싱 작업을 마쳤습니다.

3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이 오르간은 6mm에서 6.6m에 이르는 4,423개의 파이프(191개 목재, 나머지 금속)와 64개의 스탑을 통해 다채로운 음색을 구현합니다. 61건반 4단과 32개의 발건반, 4개의 익스프레션 페달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102㎥/분의 강력한 블로어는 일정한 공기압력을 제공하여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음색을 자랑합니다. 

특히, 오르간의 외관인 프로스펙트는 부산의 상징인 광안대교와 파도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어 특별함을 더합니다. 현재 전문 업체와의 월별 유지보수 계약을 통해 무대 온도 22도, 습도 50%를 유지하며 최적의 환경을 관리하고 있으나, 온도 1도 변화에 피치 0.75Hz가 변동하는 만큼 1년의 계절 변화를 거쳐야 정확한 항온항습 기준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르간 제작은 건축과 비견될 만큼 공간 구조, 깊이, 벽체 재질, 홀의 모양과 크기 등이 음색에 큰 영향을 미치며, 보이싱 엔지니어 얀케는 이 오르간이 모든 좌석에 고른 소리를 전달하고 낮은 저음까지 선명하게 울려 퍼지게 설계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직도상 무대기술팀 인력이 최소한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콘서트홀과 챔버홀 공연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와 공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대기술팀 인력 운영에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현재 부산 콘서트홀의 무대 기술팀은 무대 음향 2명, 무대 기계 2명, 무대 조명 2명, 무대 감독 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인력으로 2,011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400석 규모의 챔버홀 두 곳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공연 리허설 및 운영을 포함해 녹음·녹화, 외부 업체와의 협업, 아카이브 편집 및 관리, 앙상블 반사판 모니터링 등 광범위합니다. 특히 소규모 공연에 특화된 챔버홀은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업무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 아카데미, 부속 시설 운영, 야외 행사 지원 등 추가적인 업무도 처리해야 합니다. 부산 지역에는 음악 학원과 단체가 많아 향후 공연 및 관련 행사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현재 인력으로는 업무 과중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부산콘서트홀의 성공적인 개관 이후,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클래식부산은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는 부산광역시 사업소입니다. 최근 부산콘서트홀의 성공적인 개관을 마쳤지만, 신생아가 바로 걷고 뛸 수는 없듯이 지속적인 개선과 시설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재 저희는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오페라하우스는 콘서트홀보다 무대 장비, 공간 구성, 그리고 활용 방안 면에서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특히, 최근 국내에 신축된 오페라하우스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산만의 독창적인 오페라 문화를 만들어갈 초석을 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두 공연장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운영에 집중함으로써 부산이 명실상부한 클래식 음악의 대표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력을 보태겠습니다.

부산콘서트홀 음향팀 임우빈(좌), 최윤(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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