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음향 엔지니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펙터는 무엇일까?
약간의 개인적인 취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펙터가 리버브라는 점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일명, 에코라고도 부르는 리버브는 무대에서 마이크를 사용하여 악기연주나 노래를 하는 경우라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걸어 써야 하는 것이 불문율인 것처럼 되어있다.
이번 글에서는, 리버브란 무엇이며, 어떻게 분류되고, 어떤 방식으로 구동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실제 공간의 임펄스 응답특성을 이용하는 IR 콘볼루션 리버브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고, 효과적으로 현장에서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리버브? 에코?
무대에서 가수들이 리허설 중에 많이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소리가 뻑뻑해요. 에코 좀 더 넣어주세요.’ 이다. 이를 기술적 용어로 통역해 본다면, ‘반사음이 너무 없어서 공간이 드라이해요. 마이크 소리에 리버브레이터를 걸어 믹스해주세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리버브는 특정 공간의 반사음 패턴 조합으로, 우리나라 말로 하면 잔향(殘響)이다. 이에 비해, 에코는 산에서 발생하는 메아리처럼, 원음을 특정 시간과 패턴으로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에코는 이펙터 중 딜레이에 가깝다. 따라서, 리버브를 에코라고 말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틀린 이야기이다.
[그림 1]에서와 같이, 리버브는 원음에 대한 초기 반사음, 잔향이 지속되는 잔향시간으로 구성되는 패턴이지만, 딜레이는 원음에 대한 감쇠 반복음으로 구성되는 패턴을 가진다.
리버브란?
리버브(Reverb)는 보통 리버브레이터(Reverberator, 잔향기)의 줄임말로 보통 사용된다. 어쿠스틱 음원을 마이크로 수음하여 잔향을 부가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잔향특성을 가진 공간을 찾아가 마이크를 이용하여 공연을 하거나 녹음을 하면 원하는 잔향을 얻을 수 있다. 그 공간이 콘서트홀일 수도 있고, 목욕탕, 성당, 또는 동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원하는 잔향감을 얻기 위해, 특정 잔향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을 찾아가, 매번 공연이나 녹음을 하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리버브레이터는 특정 공간에 가지 않고도, 원하는 잔향감을 녹음이나 공연에 적용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시뮬레이팅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리버브의 분류
아날로그 기계식 리버브
물론 공간 특성을 이용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잔향감을 구현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 기계식 리버브레이터는 실제 기계나 장치를 이용하여 리버브를 생성하는 장비로, 스프링을 이용하는 스프링(Spring) 리버브, 철판을 이용하는 플레이트(Plate) 리버브, 격실 공간과 별도의 스피커를 이용하는 챔버(Chamber) 리버브 등이 있다.

디지털 리버브
디지털 리버브에는 알고리드믹(Algorithmic Reverb) 방식과 콘볼루션(Convolution Reverb) 방식이 있다. 알고리드믹 리버브는 정해진 알고리즘과 파라미터를 이용하여, 실제 공간의 리버브나 기계식 리버브를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을 말하며, 콘볼루션 리버브는 IR(Impulse Response) 파일을 이용하여 실제 존재하는 공간의 잔향을 샘플링하여 리버브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음향작업이 컴퓨터 기반으로 전환된 현재, 사운드 엔지니어 대부분은 디지털 콘솔이나 DAW에 플러그인 형태의 리버브를 로딩하여, 사용하고 있다. 영국의 Abbey Road 스튜디오와 같은 곳에서는, 아직도 EMT Plate 리버브와 같은 고전적인 방식의 기계식 리버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고전적인 명기마저도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으로 복각되어 컴퓨터 안에서 플러그인 형태로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구분 | Convolution | Algorithmic |
운영 방식 | 실제 공간의 임펄스 응답 | 시뮬레이션된 리버브 감쇠 패턴 |
CPU | CPU 부하 높음 | CPU 부하 낮음 |
강점 | 실제 공간의 현실감 구현 | 특수 효과와 비현실감 구현 |
알고리드믹 방식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하드웨어형 디지털 리버브는 대부분 알고리드믹 방식의 리버브이다.
Lexicon, Yamaha와 같은 유명한 이펙터 제조회사에 만든 리버브레이터는 현장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디지털 리버브 명기이다.
알고리드믹 리버브는 몇 가지 파라미터를 이용하여, 실제 공간의 잔향특성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실제로 구현하기 힘든 리버브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림 5]는 Yamaha SPX2000의 리버브 패턴 그래프인데, 몇 가지 파라미터를 이용하여, 리버브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표 2]를 살펴보면, REV TIME으로 표시된 잔향시간 파라미터의 가변 범위가 0.3~99s인데, 실제 공간에서 나타나는 잔향시간을 고려해 본다면, 100초에 가까운 잔향시간은 불가능하다. 이렇듯, 알고리드믹 방식의 리버브는 실제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가상의 잔향효과를 표현하는 데에 강점이 있다.

파라미터 | 범위 | 특성 |
REV TYPE | Hall, Room, Stage, Plate | 잔향 패턴: 잔향의 기본 특성을 결정한다. |
REV TIME | 0.3 ~ 99.0s | 잔향시간: 1kHz에서의 잔향이 60dB 감소하는 시간으로 표현된다. |
HI.RATIO | 0.1—1.0 | REV TIME의 비율로 표현되는 고주파수, 또는 저주파 범위의 잔향 시간: 이 값이 0.1이면 시간은 REV TIME의 1/10이 된다. 1.0이면 시간은 REV TIME과 같다. 이 값을 조정하여 벽이나 천장의 흡음특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HI.RATIO는 고음역의 감쇠, LO.RATIO는 저음역의 감쇠를 말한다. |
LO.RATIO | 0.1—2.4 | |
INI.DLY | 0.0 ~ 100.0ms | 원음에 대한 초기 반사의 지연시간. |
DIFF. | 0 ~ 10 | 소리의 좌우 확산: 이 값을 높이면 잔향이 더 넓어진다. |
DENSITY | 0 ~ 100% | 잔향의 밀도: 이 값을 높이면 잔향이 더 부드러워진다. 이 값을 낮추면 독특한 효과를 낼 수 있다. |
IR 콘볼루션(Impulse Response Convolution) 방식
리버브를 많이 사용하고는 있지만, IR 콘볼루션 리버브는 누구에게나 약간 생소한 명칭이다. IR 콘볼루션 리버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용어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임펄스 (Impulse) 신호
임펄스 신호란, 이론적으로 -∞에서 ∞까지의 적분값이 1인 펄스 신호의 일종으로, [그림 6]과 같이, 시간폭( −δ/2에서부터 δ/2)을 0으로 수렴시키면 얻을 수 있다. 임펄스 에너지는 시간 축 상의 한 점에 집중되어 있지만, 주파수로 표현되면 평탄한 진폭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피스톨 격발음이나 풍선 터지는 소리가 임펄스 신호와 가장 유사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피스톨 격발음은 신호 대 잡음비가 낮아서 음향 측정에는 잘 사용하지 않고, 실제로는 무지향 스피커를 이용한 사인 스윕(Sine Sweep) 신호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임펄스 응답(Impulse Response)
임펄스 응답(IR)이란, 임펄스 신호를 시스템에 입력하였을 때, 시간 영역에서 나타나는 응답특성을 말한다. 임펄스 응답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가로축은 시간이 되고, 세로축은 진폭이 된다. 여기에서 시스템이란, 마이크 또는 이퀄라이저와 같은 단일 음향 장비일 수도 있고, 콘서트홀 또는 성당과 같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시스템이 실내 공간인 경우에는, 임펄스 응답특성을 통해 실내 공간의 주파수 특성, 소리의 확산의 반사, 잔향 특성, 신호 대 잡음비 등과 같은 공간의 모든 음향적 정보를 알 수 있다. 또한 시간 영역의 임펄스 응답특성을 푸리에 변환하면, 주파수 영역의 전달함수(Transfer Function, 진폭특성과 위상특성)로도 표현된다.



(출처: ODEON)
실내 공간의 임펄스 응답은 실내 공간의 직접음과 반사음의 방사에 의해 생성된다. 직접적인 경로(측정 위치에 음원으로부터 직선)에 의한 직접음이 제일 큰소리로 가장 먼저 도착되며, 공기와 반사면 흡음에 의해 에너지가 감소된 반사음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나중에 도착한다.
직접음과 최초 도착 반사음의 일부는 임펄스 응답의 그래프 상에서 선명하게 구별된다. 원음에 대한 반사음들이 더 낮은 레벨로 차례차례 도착하고, 그래프 상에서 거의 직선에 가까운 기울기를 형성하며 감쇠된다.
임펄스 응답 파일(IR File)
임펄스 응답 파일(IR file)은 실내 공간이나 오디오 시스템이 입력된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신호를 출력하는지 나타내는 일종의 스냅샷(Snapshot)이다.
따라서, IR 파일을 사용한다는 것은 장비나 공간과 같은 음향 시스템의 속성을 그대로 적용하여, 공간 특성을 캡쳐 (샘플링)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콘볼루션(Convolution)
콘볼루션의 사전적 의미는 ‘대단히 복잡한 것, 얽히고 설킨 것’이다.
콘볼루션의 수학적 정의는 두 함수의 합성곱을 말하며, 시간 영역에서의 표기는 연산자 *(별표, Astrisk)로 표시된다. 콘볼루션은 두 함수 x(t)와 h(t)가운데, 하나의 함수인 h(t)를 반전(Reverse)시켜 전이(Shift)시킨 다음, 다른 하나의 함수와 곱한 결과를 적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수학 기호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y(t)=x(t)∗h(t)=∫−∞∞x(τ)h(t−τ)dτ
[그림 10]은 x(t)와 h(t)라는 두 함수의 합성곱을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두 함수 중 하나를 선택해 시간 축에 대해 반전(Time-Invert)시키고, 시간 축을 따라 음의 무한대에서부터 양의 무한대까지 이동시키면서, 두 함수의 곱의 적분값을 찾는다.(두 함수의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이 결과를 파형으로 표시한 것이 바로 두 함수의 콘볼루션(합성곱)이다.콘볼루션은 출력신호 y(t)를 입력신호 x(t)와 임펄스 응답 h(t)로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이다.
즉,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몰라도, 입력신호 x(t)와 그 시스템의 임펄스 응답 h(t)만 정확히 알고 있다면, 결과 y(t)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오디오 시스템에서의 IR 콘볼루션
그렇다면 오디오 시스템에서 IR 콘볼루션이란 무엇인가?
입력 신호와 시스템(음향 장비 혹은 공간)의 임펄스 응답(IR)이라는 두 오디오 신호의 주파수 스펙트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곱하는 과정이다.
쉽게 말해서, 특정 공간의 임펄스 응답 파일을 사운드 소스와 믹스하여, 해당 공간의 리버브를 재생성하는 방법이다. 사운드 엔지니어는 실제 공간의 임펄스 응답을 녹음한 후, 사운드 소스와 콘볼루션하여 실제 공간에서 나는 소리처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IR 콘볼루션은 마이크, 스피커 캐비넷의 소리를 복제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어떤 마이크, 앰프 캐비넷의 IR을 녹음한 후에, IR 파일 로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음향 장비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또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를 이용해, 임펄스 신호에 의해 생성된 IR 파일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콘볼루션은 무향실(Anechoic Chamber)에서 녹음한 음악이나 음성 신호를 어떤 공간에서 들으면 어떻게 들리는지 알아보기 위한 경우에도 사용된다. 잔향이 전혀 없는 무향 음원(Anechoic Audio File)에 특정 공간의 임펄스 응답과 콘볼루션하면, 무향 음원에 특정 공간의 음향 특성이 더해져, 마치 해당 공간에서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해준다. 이를 가청화(Auralization) 기법이라고 한다.
IR 콘볼루션 작업 과정
실제 공간, 또는 음향 장비의 IR을 얻으려면, 적절한 임펄스 신호가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주파수 대역이 포함된 짧은 임펄스를 재생하여 전체 오디오 범위에서의 응답 특성을 얻는 방법이다. 만약에 캡쳐하고 싶은 공간에 음원 재생용 스피커를 이동,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면, 피스톨을 격발하거나, 풍선을 터뜨리거나, 박수를 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에는 단점이 있다. 신호 대 잡음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즉, 주변 소음이 크다는 것인데, 이 한계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테스트 신호를 확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2초 정도의 사인 스윕 신호를 사용하며, 특히 소음이 심한 환경을 최대한 깨끗하게 캡쳐하려면, 시간을 2배인 24초로 늘릴 수도 있다.
시스템의 임펄스 응답 파일을 얻은 후에는 소프트웨어 로딩하고, 사운드 소스와 콘볼루션 한다. 현재 여러 음향 회사에서 다양한 콘볼루션 로더 프로그램이 출시되어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IR 로더 소프트웨어는 다음과 같다.
Audioease社 Altiverb7 https://www.audioease.com/altiverb/
Waves社 IR1 Convolution Reverb https://www.waves.com/plugins/ir1-convolution-reverb
Waveart社 MlsTool https://wavearts.com/products/plugins/mlstool/
Impulserecord社 Convology XT https://impulserecord.com/project/convology-xt-plugin/
다음은 IR 콘볼루션 과정을 설명하는 동영상이다.
기타 앰프 캐비넷의 IR 콘볼루션
https://www.youtube.com/watch?v=h6qZoC7W_EQ
공간의 IR 콘볼루션
https://www.youtube.com/watch?v=BLKWy-U6iQY
https://www.youtube.com/watch?v=dHYI_gdpz-4
지금까지 리버브에 대한 분류와 작동 방식, 특히 IR 콘볼루션 리버브에 대한 원리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현장에서 리버브를 사용할 때에는, 리버브의 방식에 따른 청감 특성, 리버브를 제어하는 세부 파라미터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무대 음향 분야에서의 리버브는 실내 공간의 잔향 특성에 따른 확성음의 명료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다수 공연장에서 사용 중인 음장 가변 시스템(Sound Field Control System)이 이러한 실내 공간의 잔향 이론에 근거하여 개발, 사용되는 음향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음장 가변 시스템을 통한 잔향 이론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