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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동탄(2) 트라이엠프파크 공연장

작성자
박영철
작성일
2024-11-14 12:03
조회
672

경기도 화성 시는 202510월 준공을 목표로 1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건립하고 있다. 이 공연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대단지 아파트 공사 허가를 조건으로 기부 체납하는 공연장이다. 설계는 LH측에서 의뢰하여 주택설계가 주요 실적인 서림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하였으며, 공사과정은 건축음향 전문가로 알려진 김○○ 박사가 소속된 건원엔지니어링에서 용역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

공연장을 인수 받아 운영하여야 할 화성 시는 공사가 67% 정도 진행된 20248월부터 본격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현장실사 및 자료검토 결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의 논제로 회의가 몇 차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공기가 약 4개월 연장되었다.

202410월 시공사측은 시측에서 요청한 당초 뮤지컬 중심에서 클래식 콘서트(이하 콘서트) 중심의 공연장으로 설계변경 결과를 건축음향설계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제출하였고, 시측에서는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1113시각선목표 잔향시간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공사측과 회의를 주관하였다. 이날 시측의 관련 자문과 시공사측이 문제점 제시와 제시된 문제점의 당위성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시각선 문제는 동의가 되어 해결방안을 고민해보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지만 다른 문제는 토론이 미진한 것 같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1. 설계보고서의 주목적 다기능용어

공연장은 크게 전용다목적으로 분류한다. 전용 공연장에는 오페라, 콘서트, 뮤지컬 등이 있고, 다목적 공연장은 말 그대로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장르를 공연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이해를 해야 할 사항은 이런 분류가 발생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건축음향 환경이라는 점이다. 콘서트와 오페라는 건축음향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장르이기 때문에 건축음향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여타의 장르는 건축음향 환경에 민감하지 않으며 울림이 너무 과도하거나 부족하지 않으면 그것이 최적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콘서트와 오페라는 전용극장을 선호한다. 뮤지컬은 딱히 전용극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무대가 구조적으로 유연하면 활용도가 높아지므로 전용극장을 만들기도 한다. 연극은 관객이 연기자의 표정을 볼 수가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한계가시거리가 짧아 규모가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므로 굳이 전용극장을 만들지 않는다.

설계자 측이 주목적 다기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클래식 콘서트를 주로 하는 공연장인데 오페라, 뮤지컬, 발레 등도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라는 의미다. 이 말은 설계방향이 클래식 콘서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의도에 흠결이 있다면 콘서트는 아주 중요하지만 다른 장르의 공연은 부차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고, 만일 그것이 아니고 콘서트도 하지만 다른 장르의 공연도 문제없다는 의미라면 다목적과 무엇이 다른지 왜 굳이 주목적 다기능이라는 창조적 용어를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술 측이 설계자의 의도라면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관점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공연이 있을 수는 없다. 공연 비중으로 봐도 콘서트 보다는 다른 장르의 공연을 더 자주, 더 많이 할 것이라는 것은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공연장 설계자들이 현학적인 설명으로 어떻게 포장을 하던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관점이므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점이 다르면 배가 산으로 간다. 1980~90년대 공연장 설계가 건축음향이 강조되어 전용극장도 아니고 다목적 극장도 아닌 괴상한 공연장으로 설계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아직도 이런 몰이해한 관점이 현장에 통용되고 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2. 실내 목표잔향시간 1.5~2.0

실내 잔향은 0.5초 가변 폭을 갖도록 되어 콘서트와 여타 장르에 두루 적절한 건축음향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하한 목표잔향시간 1.5초는 다소 높으므로 1.3초 정도로 낮출 것을 요구하였다. 시공사의 컨설턴트이며 건축음향 전문가이신 김○○ 박사께서 LG아트센터의 실측 데이터를 언급하면서 1.5초면 뮤지컬 공연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셨다.

1.5초면 일반적으로 건축음향 환경에 민감한 오페라 극장에 제안되는 목표잔향시간이다. 일반적으로 1.5초가 넘으면 콘서트홀에 적용하는 값이다. 음향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상식에 준한다. 설계자가 제시한 잔향시간은 결과 값이 아니라 목표 값이다. 목표가 1.5초일 때 공사 결과는 1.3초가 될 수도 있고 1.7초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뮤지컬을 필두로 하는 확성 공연의 적절한 실내잔향시간은 1.0~1.4초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목표잔향시간은 1.21.3초로 설계를 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실효적이라고 생각한다. ○○ 박사께서 주장하신 바와 같이 80~90년대 설계된 국내의 상당수 공연장이 1.5초 정도의 실내잔향시간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전술한 바와 같이 건축음향이 강조되면서 콘서트에 필요한 약 2.0초의 잔향시간과 확성 공연에 필요한 1초 초반대의 잔향시간을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잔향가변장치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값을 선택해서 무목적이라고 비판받는 기형적인 공연장 설계가 남발되었기 때문이다. 참담한 것은 콘서트홀이나 오페라극장과 같이 건축음향을 중시하는 전용 공연장만 파고들며 다른 장르의 공연환경에는 무관심하면서 콘서트홀과 동등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축음향 전문가들의 편향된 주장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공연장의 설계에 건축음향 전문가들의 참여는 중요하다. 하지만 건축음향만 중요한 것은 아니며, 건축음향학이 물리학계에서는 완성되지 않은 학문으로 치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숫자를 갖고 이러쿵저러쿵 난상토론을 하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렇다고 건축음향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건축음향 전문가 2명이 같은 사안을 가지고 만나면 서로 주장만 난무하게 되는 것을 여러 현장에서 경험 하였다. 문제를 제시하는 측에 일방적 또는 개인적 견해로 치부하는 것은 건축음향의 현 수준을 모르기 때문이고, 거기에 동조하는 건축음향 전문가는 후안무치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사의 말씀대로 잔향시간이 1.5초인 공연장에서 뮤지컬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은 환경이 다소 열악해도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고, 공연을 수행하는 스태프로써 주어진 조건에 최선을 다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적절한 환경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설계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유·불리함을 따져가며 잇속을 차리고자 하는 것은 사회적이고 생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좋은 공연장을 만들고자 하는 염원에 귀 기울여 주는 설계 및 시공자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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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1 17:26

    좋은 글 감사합니다.